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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각 정당 공천제와 공천 후원금  상호관계 및 문제점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1-12 10:16



지방자치의 풀뿌리로 불리는 기초의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하는 고액 후원금 문제가 정치권의 해묵은 과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시민단체의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서울 지역 전현직 구의원들 중 상당수가 소속 정당의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법정 한도에 육박하는 고액을 정기적으로 후원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지지를 넘어 기초의원의 생사여탈권을 쥔 국회의원과 공천을 갈망하는 예비 후보자 사이의 불평등한 역학관계가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개인이 국회의원 후원회에 연간 기부할 수 있는 한도는 500만 원으로 규정되어 있다. 취재 결과 서울 25개 자치구의 전현직 구의원들 중 고액 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원들은 대부분 이 한도를 꽉 채워 기부하는 방식을 취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가리지 않고 주요 중진 및 초선 의원들의 후원금 계좌에는 해당 지역구 기초의원들의 자금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정 의원의 경우 전체 후원금 총액의 6% 이상이 지역구 구의원들로부터 조성되기도 했다.

이러한 후원 행태는 표면적으로는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와 적법한 후원 절차를 따르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공천권이라는 강력한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초의원 선거는 정당 공천제가 도입된 이후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구조로 고착화됐다. 사실상 국회의원의 낙점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지역적 특성상, 기초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국회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전직 구의원들은 탄원서 등을 통해 공천을 전후해 직간접적인 금전적 요구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를 거절할 시 본선 진출 자체가 좌절될 수 있다는 압박감을 토로하고 있다.

해당 의원들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후원금 납부 여부는 공천 심사 과정에 반영되지 않으며, 후원자 명단을 일일이 확인하지도 않는다는 논리다. 또한 오랜 기간 당에 헌신한 당원으로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후원일 뿐, 대가성은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선 없이 단수 공천을 받거나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배정받은 인사들이 고액 후원자 명단과 일치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합법의 탈을 쓴 공천 헌금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2006년 지방자치의 전문성과 책임 정치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도입 20년이 가까워지는 현재, 본래의 긍정적 취지보다는 중앙정치에 대한 지방정치의 예속화라는 부작용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를 비롯한 전문가 그룹은 정당공천제가 지방의원을 국회의원의 사병처럼 부리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지역 주민의 복리와 현안을 챙겨야 할 구의원들이 지역 민심보다 국회의원의 심기나 후원금 관리에 더 공을 들이게 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는 선거철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으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거대 양당의 이해관계에 밀려 매번 무산됐다. 현재의 구조에서는 국회의원이 기초의원을 통제하고 기초의원은 다시 조직력을 동원해 국회의원의 선거를 돕는 공생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투명한 자금 흐름은 결국 정치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자금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후원금 명단 공개의 기준을 강화하거나, 지역구 기초의원이 해당 지역 국회의원에게 후원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등의 법적 장치가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천 심사 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시민 공천 제도를 확대하여 국회의원 1인의 영향력을 분산시키는 구조적 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낮은 곳의 뿌리다. 그 뿌리가 금권과 권력의 유착으로 썩어간다면 전체 민주주의의 건강성 또한 담보할 수 없다. 이번 공천 헌금 논란은 단순히 특정 정치인의 일탈 문제를 넘어 한국 지방정치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시스템을 확립하고 지방정치가 중앙정치로부터 독립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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