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할 독자 인공지능(AI) 기술 확보를 위한 정부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LG AI연구원과 업스테이지, SK텔레콤이 첫 번째 검증대를 통과하며 승기를 잡았다. 반면 국내 AI 산업의 선두 주자로 꼽히던 네이버클라우드와 엔씨소프트(NC AI)는 모델 개발 과정에서의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1차 평가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지원 사업" 1차 단계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향후 국산 AI 모델의 자립화 방향을 명확히 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글로벌 빅테크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설계부터 학습까지 전 과정을 우리 기술로 수행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는 데 있다. 과기정통부는 독자 AI 모델의 요건으로 해외 모델을 단순히 미세조정(파인튜닝)한 파생형 모델이 아닌, 독자적인 아키텍처 설계와 사전 학습 과정을 거친 국산 모델임을 명시했다. 이 과정에서 모델의 성능, 현장 활용성, 생태계 파급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LG, 업스테이지, SKT 등 3개 팀이 1단계 생존자로 낙점됐다.
네이버클라우드의 탈락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독자성" 논란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네이버가 선보인 "하이퍼클로바X" 시드 32B 싱크 모델이 중국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모델인 "큐웬(Qwen) 2.4"의 비전 인코더 가중치를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네이버 측은 효율성을 위한 전략적 선택일 뿐 핵심 기술은 독자적이라고 해명했으나, 정부는 외부의 간섭과 통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야 한다는 국산 모델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가중치를 초기화한 후 처음부터 학습해 나가는 것이 독자 AI 모델의 기본 조건"이라며 단호한 기준을 제시했다.
평가 결과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LG AI연구원의 "K-엑사원(K-EXAONE)"이었다. K-엑사원은 벤치마크 평가(40점 만점 중 33.6점), 전문가 평가(35점 만점 중 31.6점), 사용자 평가(25점 만점 중 25.0점) 등 모든 부문에서 최고점을 기록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업스테이지와 SKT 역시 일부 오픈소스 활용에 대한 지적이 있었으나, 전문가들로부터 "당락을 결정할 정도의 하자는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통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가 이토록 "독자성"에 집착하는 이유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외산 AI 모델이나 외부 통제권 아래에 있는 모델을 국방, 외교, 전력망 등 국가 핵심 인프라에 도입할 경우 국가 기밀 유출이나 안보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류 차관은 "어떤 상황에서도 주체적으로 AI 모델 운영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궁극적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AI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평가에서 탈락한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 등에 대해서도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열어두기로 했다. 조만간 1개 정예 팀을 추가로 선정해 상반기 중 총 4개 팀이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 계획이다. 탈락 기업들은 열흘간의 이의 제기 기간을 거친 후 추가 공모에 재도전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선발되는 2개 팀은 올해 말 결정될 예정이며, 이들에게는 정부가 확보한 첨단 GPU 자원과 데이터, 인재 지원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