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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자동차 의존도 심화 속 비IT 품목 수출 경쟁력 하락세 뚜렷

양길환 기자 | 입력 26-01-16 18:35



반도체와 자동차에 편중된 수출 구조가 심화되면서 비IT 품목의 경쟁력 약화로 인한 수출 양극화 현상이 국가 경제의 새로운 위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요 품목별 수출 경쟁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7년 동안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 중 IT와 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군의 시장 지배력이 눈에 띄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경기 호황에 가려진 비IT 부문의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전체 수출 실적의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수출 시장 역시 반도체 분야의 견조한 실적 덕분에 양호한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부문 간의 불균형 성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팬데믹 이후 최근 수년간의 수출 증가세가 특정 품목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반도체 등 핵심 품목을 제외할 경우 우리 수출은 사실상 2010년대 중반 이후 성장이 멈춘 정체 국면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 포트폴리오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철강과 기계 산업의 경쟁력 하락이 두드러졌다. 이는 중국이 생산 설비를 대폭 확대하며 저가 물량 공세에 나선 결과로, 우리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우위를 점했던 동남아시아 등 주요 수출 지역에서의 점유율을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과잉 공급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는 한국 중공업 분야의 입지를 좁히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수출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반도체와 자동차 역시 미래를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분야에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며 인공지능(AI) 특수를 누리고 있으나, 중국이 범용 저사양 메모리 시장부터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어 중장기적인 경쟁력 약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자동차 분야 또한 브랜드 고급화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구축으로 품질 면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 업체들이 현지 생산 거점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있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산업별 맞춤형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쟁력이 약화된 철강과 화공품 등은 단순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 고도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에 대해서도 안주하지 말고 연구개발(R&D) 지원을 대폭 강화해 기술적 보완과 초격차 유지를 실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특정 산업에 편중된 수출 구조는 대외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이번 분석의 핵심이다. 주력 산업의 기술 우위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부진한 비IT 품목의 체질 개선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수출 부문 간 양극화는 국가 경제 전반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우리 수출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재점검하고 균형 잡힌 성장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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