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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사다리" 걷어찬 청약제도... 자산가들의 "수십억 로또" 수단으로 변질

강호식 기자 | 입력 26-01-17 10:04



아파트 청약제도가 서민의 내 집 마련이라는 본래의 정책 목표를 상실한 채, 현금 동원력이 풍부한 자산가들의 자산 증식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과거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해 주거 안정을 돕겠다는 취지는 무색해졌고, 이제는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을 독점하는 구조적 불평등의 온상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최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후보자를 둘러싼 "부정 청약" 의혹은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배우자는 지난 2024년 7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초고가 단지인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 당시 부양가족 수를 실제보다 늘려 기재하는 방식으로 가점을 높여 당첨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장남이 이미 결혼하여 사실상 분가한 상태였음에도 부양가족에 포함해 가점 74점을 맞췄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당시 약 37억 원에 분양받은 해당 아파트는 현재 시세가 70억 원대를 상회하고 있어, 당첨만으로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셈이다.

이러한 "로또 청약" 사례는 극심한 자산 격차를 유발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2024년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800만 원으로 주변 시세인 4,300만 원을 이미 넘어섰다. 공사비와 인건비 급등으로 인해 대다수 지역에서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아지면서, 청약은 더 이상 서민들이 저렴하게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통로가 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어 여전히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 강남권 등 소위 "노른자위" 입지의 고가 아파트는 "금수저"들만의 잔치터가 되었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당첨되더라도 최소 10억 원에서 20억 원 이상의 현금을 즉시 동원할 수 있는 사람만이 계약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서민을 위해 가격을 억제한다는 명분이 오히려 자금력을 갖춘 자산가들이 반값에 아파트를 쇼핑하도록 돕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했다.

이처럼 청약제도가 부의 대물림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도구로 변질됨에 따라, 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가 아파트에 한해서는 가점제 중심의 현행 방식을 폐지하고, 차라리 시세에 맞춰 분양하거나 경매 방식을 도입해 발생하는 초과 이익을 공공이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환수된 재원을 청년층과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투입하는 것이 훨씬 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이 후보자 논란과 관련해 실거주 여부 등 서류 중심의 청약 검증 체계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사실 확인에 착수했다. 하지만 단순히 사후 조사를 강화하는 수준으로는 "현금 부자들만의 리그"로 변해버린 청약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가 되어야 할 청약제도가 오히려 자산 격차를 고착화하는 장벽이 되고 있는 만큼, 시대의 변화와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전면적인 제도 개편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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