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간판 지수인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800선을 돌파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16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48% 상승한 4,820.66으로 개장한 뒤, 장중 4,810선 안팎에서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새해 첫 거래일부터 시작된 11거래일 연속 상승세이자,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하루 만에 다시 갈아치우는 파죽지세의 행보다.
이번 급등의 일등 공신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론이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 대만의 파운드리 거물 TSMC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실적을 발표하고, 향후 인공지능(AI) 수요 대응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 확대를 예고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살아났다. 이에 힘입어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들에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세가 집중되며 지수 상승을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4,800선 돌파가 단순한 단기 과열을 넘어선 구조적 상승장(불마켓)의 진입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수출 품목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으며, 특히 미국 재무부의 구두 개입성 발언 이후 원화 약세 압력이 일부 완화된 점도 증시에는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기관은 전날 1조 3,000억 원 규모의 대량 매수를 기록한 데 이어 오늘도 매수 우위를 유지하며 지수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코스피의 독주 속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0.03% 소폭 하락한 950.83으로 출발하며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 비중이 높은 이차전지 및 제약·바이오 섹터 내에서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코스피 대형주로 이동하는 순환매 장세의 영향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3원 오른 1,47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과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가 맞물리며 1,400원대 중반의 고환율이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고환율은 수출 기업의 채산성에는 긍정적이지만,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국내 인플레이션 압박을 높일 수 있어 한국은행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선 고지를 향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미국의 금리 경로와 실적 시즌의 기업별 성적표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업종별 실적 모멘텀을 확인하며 대응하는 신중한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