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방 이전론에 대해 "이미 결정된 정책을 뒤집을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전력과 용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업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하되, 수도권 일극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유도책을 병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용인 반도체 산단 이전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옮기라고 한다고 해서 옮겨지느냐"며 "정치적 결정으로 이미 확정된 사업을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는 경기도지사 시절 직접 유치했던 사업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입지 결정이 정치적 외압이 아닌 기업의 경제적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다만"이라는 표현을 통해 현재 용인 산단이 직면한 구조적 결함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용인 반도체 산단에 필요한 전력이 13GW(기가와트)에 달하는데, 이는 원전 10개 분량"이라며 "남부 지방에서 송전망을 끌어오는 것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동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한강 수계의 용수 부족이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재 계획의 현실적 난관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이 대통령이 꺼내 든 카드는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 대원칙이다. 이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며 기업들이 스스로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강력한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 파격적인 세제 혜택, 규제 완화, 교육 및 연구 시설 확충 등을 언급하며 정부가 가진 수단을 총동원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발언은 용인 산단의 입지 자체는 유지하되, 향후 추가적인 설비 확장이나 신규 투자는 전력과 용수 확보가 용이한 지역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중장기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을 추진하며 "전력 공급과 수요의 지역적 일치"를 위한 정책 설계에 착수한 상태다.
경기도와 한국전력 역시 대통령의 발언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경기도는 신설 도로 하부에 전력망을 지중화하는 혁신적인 방안을 통해 용인 산단의 전력난을 조기에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예산을 30% 절감하고 공기를 5년 단축하는 효과가 있어, 정부의 지산지소 원칙과 수도권 인프라 확충이라는 상충하는 과제 사이에서 실무적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국가 핵심 전략 산업인 반도체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전환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고심이 담겨 있다. 기업의 입지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정부의 유도"를 통해 거대한 산업 지형의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적 균형 감각"이 향후 반도체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