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2024년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 사태를 헌정 질서를 파괴하기 위한 내란으로 공식 규정하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21일 오후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적용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실체적으로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기소된 핵심 피고인들에 대한 사법부의 첫 번째 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향후 관련 재판의 향방을 가르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12·3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적 요건을 완전히 상실한 위헌적 조치였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무장한 군과 경찰 인력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국가 헌법 기관의 기능을 강제로 마비시키려 한 행위는 형법 제87조가 규정하는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비상계엄 선포 자체를 단순한 정치적 결단이 아닌 대한민국 법질서를 파괴하기 위한 내란 행위로 규정한 사법부의 공식적인 첫 결론이다.
한 전 총리에 대한 판단에서 재판부는 그가 단순한 조력자를 넘어 내란의 실행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고 국무위원들의 신속한 출석을 독촉한 행위가 불법적인 계엄 선포에 절차적 외관과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치밀한 가담이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계엄 선포 이후에도 행정안전부 등 유관 부처와 협의하며 계엄 상태를 유지하려 한 점 등을 근거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앞서 검찰과 특검은 한 전 총리를 당초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기소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했다. 재판부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위헌적 권력 행사를 견제하고 통제해야 할 헌법적 책무가 있는 한 전 총리가 오히려 내란 행위의 법적 형식을 갖추는 데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을 엄중하게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 한 전 총리 측은 대통령의 결정을 저지하려 했으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와 정황상 그의 적극적인 가담 의사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사태 발생 약 1년여 만에 나온 사법부의 첫 응답으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다른 피고인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내란 혐의로 기소된 주요 인사들의 재판에서 이번 판결이 정립한 내란죄 성립 요건이 주요한 법적 근거로 인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조계 내부에서는 이번 1심 판결이 향후 관련 사건들의 유죄 입증과 형량 산정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한 전 총리에 대한 이번 선고 공판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실시간 생중계로 전 국민에게 공개되었다. 재판부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중대 범죄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사법 정의를 투명하게 구현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판결 직후 정치권과 법조계는 사법부가 헌법 수호의 보루로서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엄격히 단죄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바로세우는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