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다시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하며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한 감시 수위를 높였다. 대미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미국의 관리 기준치를 넘어선 것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미 재무부는 현지시간 29일 연방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 상대국의 거시경제 및 외환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기존 9개국에 태국을 추가해 총 10개국을 관찰 대상국 목록에 올렸다. 이번 보고서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의 교역 및 외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한국은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인 2023년 11월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됐으나, 1년 뒤인 2024년 11월 다시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해 6월 보고서에 이어 이번에도 지위가 유지됨에 따라 세 차례 연속 관찰 대상국으로 남게 됐다. 미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수준이 신중한 주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적시했다.
미국의 관찰 대상국 지정 기준은 세 가지다.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인 경상수지 흑자, 그리고 12개월 중 8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 순매수 시장 개입이 그 기준이다. 이 중 2개 항목에 해당하면 관찰 대상국이 되는데, 한국은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항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보고서 발표와 함께 "무역 상대국들이 외환 개입이나 비시장적 관행을 통해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파괴적인 무역 적자 해소와 미국의 재도약을 위해 엄격한 경제·무역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 당국이 원화 약세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사실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재무부는 "해당 기간 한국은 GDP의 약 0.4%에 해당하는 73억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 순매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인위적 고환율 유도와는 거리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번 재지정이 미 재무부의 자체 기준에 따른 기계적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재정경제부는 30일 "미국 측과 긴밀히 소통하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무역 적자 해소를 국정 과제로 내세운 만큼, 향후 환율 정책을 둘러싼 미국 측의 압박은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국민연금 등 비전통적인 수단을 통한 외환 영향력 행사까지 감시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미 무역 흑자 구조가 단기간에 바뀌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의 환율 감시망 강화는 한국의 외환 정책 운용에 상당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지정으로 한국은 환율 조작국으로 불리는 '심층분석대상국' 단계는 면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환율 정책의 투명성 제고를 요구받는 압박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