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밀가루와 설탕, 변전설비 등 국민 생활필수품 및 국가 기간망 산업 분야에서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제분·제당사 대표이사 등 6명을 구속기소하고 관계자 4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 2025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5개월간 집중적으로 진행됐으며 시장 과점 지위를 악용한 기업들의 조직적 범행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 수사 결과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등 국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6개 제분사는 지난 6년 동안 약 6조 원 규모의 밀가루 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사전에 조율했다. 담합이 진행되는 동안 시장 내 밀가루 가격은 최고 42%까지 치솟았다. 수사팀은 이 과정에 직접 가담한 제분사 대표와 임직원 등 총 20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국내 설탕 시장의 90%를 장악한 삼양사, CJ제일제당, 대한제당 등 제당 3사의 담합 규모는 약 3조 2700억 원에 달했다. 이들은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공급가격을 관리했으며 담합 발생 전과 비교해 설탕 가격을 최대 67%까지 인상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제당사 대표급 임원 2명을 구속했다.
사회기반시설인 전력망 설비 입찰 과정에서도 대규모 담합이 포착됐다.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설비 장치 입찰에서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 등 4개 법인은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공유하며 시장 질서를 왜곡했다. 검찰은 담합을 주도한 임직원 4명을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 조치했다.
검찰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수사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내부 문건과 메신저 대화 기록 등 구체적인 담합 증거들을 제시했다. 피고인들은 과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차례 과징금 등 행정 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폐쇄적인 업계 구조를 이용해 범행을 지속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공정위 조사를 대비해 증거를 파기하거나 허위 진술을 모의한 정황도 일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개인에 대한 약한 처벌 수위를 지목했다. 그동안 법인 위주의 과징금 부과에 그쳤던 관행이 동종 범행을 반복하게 만든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은 기업 담합으로 인한 식료품 물가 상승 피해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가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장 경제를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방침을 세웠다.
이번 대규모 기소 조치로 업계 전반의 가격 결정 구조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원재료 가격 하락 시기에도 담합을 통해 고물가를 유지해 온 관행이 재판 과정에서 어떤 법적 판단을 받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