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소속 현직 부장판사가 대낮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적발되어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대법원은 지난 3일 법관징계위원회를 열고 서울중앙지법 김 모 부장판사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법을 집행하는 현직 고위 법관이 대낮부터 면허 정지 수준의 음주 상태로 도심을 주행했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도덕성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징계 사유서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13일 토요일 오후 3시경 서울 중랑구 사가정역 인근의 한 한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승용차를 직접 몰고 약 4km 구간을 운전했다. 당시 김 부장판사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1%로, 현행법상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현직 판사의 음주운전은 단속 중이던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적발됐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김 부장판사의 행위가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실추시켰다고 판단했다. 법관징계법에 따라 판사에게 내릴 수 있는 징계는 정직, 감봉, 견책 세 종류로 나뉘는데, 이번에 내려진 감봉 3개월은 정직 다음으로 무거운 처분에 해당한다. 징계위원회는 음주 수치와 운전 거리,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같은 수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식 징계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반 공무원의 경우 음주운전 적발 시 중징계 의결이 보통이지만, 법관은 신분 보장을 이유로 파면이나 해임이 불가능하고 징계 수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말 낮 시간대 음주운전은 사고 발생 시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법부 구성원들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관의 음주운전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엄중한 잣대를 적용해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최근 법관들의 잇따른 일탈 행위로 실추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이번 징계 수위가 미흡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김 부장판사는 징계 처분 이후 현재 정상적으로 공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징계 결정으로 법관의 음주운전 징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법조계 안팎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위 법관이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고도 재판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