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리(성남시청)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마지막 날 개인전 정상에 오르며 한국 선수단에 세 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김길리는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1500m 결승에서 압도적인 스퍼트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번 우승으로 김길리는 여자 계주 금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2관왕에 등극했다. 1000m 동메달을 포함해 이번 올림픽에서만 총 3개의 메달을 수집한 김길리는 명실상부한 차세대 여제로 자리매김했다.
결승 레이스는 한국 선수들의 노련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중반까지 기회를 엿보던 김길리와 최민정은 7바퀴를 남기고 동시에 속도를 올리며 선두권 점령에 나섰다. 특히 1위로 달리던 커린 스토더드(미국)를 추월하는 과정에서 최민정은 인코스를, 김길리는 아웃코스를 동시에 공략하며 상대의 방어를 무력화시키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승부는 마지막 두 바퀴에서 갈렸다. 김길리는 자신의 별명인 '람보르길리'다운 폭발적인 가속도를 앞세워 단숨에 선두로 치고 나갔다. 체력이 떨어진 경쟁자들을 뒤로하고 김길리는 마지막 코너를 돌아 나오며 2위 그룹과의 격차를 벌린 채 여유 있게 골인했다.
함께 결승에 나선 최민정은 김길리에 이어 2위로 들어오며 은메달을 추가했다. 비록 단일 종목 올림픽 3연패라는 대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으나, 최민정은 이번 은메달로 개인 통산 7번째 올림픽 메달(금4·은3)을 확보했다. 이로써 사격 진종오, 양궁 김수녕,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을 넘어 대한민국 동·하계 올림픽 역사상 최다 메달 보유자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 대표팀은 초반 혼성 계주 탈락과 개인전 불운이 겹치며 고전했으나, 대회 후반 여자 계주와 1500m에서 연달아 낭보를 전하며 종목 강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스노보드 최가온의 금메달에 이어 김길리의 활약이 더해지며 한국 선수단은 종합 순위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를 마친 김길리는 "언니와 함께 시상대에 올라 더욱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고, 신기록을 세운 최민정은 "후배와 함께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김길리의 우승을 축하했다. 빙판 위에서 서로를 격려하는 두 선수의 모습에 현지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한국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대교체와 기록 경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하지만 유럽과 북미 선수들의 거센 추격과 잦은 충돌 변수 등은 향후 대표팀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