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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재스님, 간경화 말기… 사찰음식으로 다시 선 시간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2-20 10:41



의학은 냉정했다.
간경화 말기. 시한부 인생이라는 통보.
그러나 수행자는 다른 길을 택했다.
치료와 함께, 식탁을 바꿨다.

선재스님은 투병 과정에서 사찰음식을 생활의 중심에 두었다고 전해진다. 약이 몸을 붙들었다면, 음식은 삶을 다시 세웠다는 이야기다.

사찰음식은 자극을 줄이고, 절제를 원칙으로 한다.
고기·오신채를 배제하고, 제철 채소와 발효 식품, 담백한 조리법을 기본으로 한다. 짜지 않고, 맵지 않고, 과하지 않다.

간은 침묵의 장기다.
무너질 때까지 신호를 크게 보내지 않는다.

간경화 말기라면 식이요법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스님은 기름기와 염분을 최소화하고,
발효된 장(醬)과 나물, 들깨·버섯 등 소화에 부담이 적은 재료 위주로 식단을 구성했다고 한다. 한 끼를 먹어도 천천히, 과식하지 않고, 일정한 시간에 먹는 원칙을 지켰다는 전언이다.

물론 분명히 해야 한다.
간경화 말기는 전문적 치료가 필수다.
사찰음식만으로 질환을 “극복했다”는 식의 단순화는 위험하다. 

의료적 치료, 생활 관리, 금주, 휴식, 그리고 개인의 의지가 함께 작동해야 가능한 일이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있다.
몸을 살리는 음식은 화려하지 않다는 것.
사찰음식은 치료제가 아니다.
그러나 몸을 혹사하지 않는 태도이며,
욕망을 줄이는 식사법이다.

선재스님이 병상에서 배운 것은 아마 이것이었을 것이다.
“덜어내는 삶이, 결국 남기는 삶이다.”
시한부라는 시간 앞에서
그는 식탁을 수행의 자리로 바꿨다.

병을 이긴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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