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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가해자 교정사업 2년째 중단…예산 집행률 11.3%에 그쳐

이수민 기자 | 입력 26-11-08 13:20



스토킹 범죄 가해자의 집착과 폭력적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경찰이 운영했던 상담치료 사업이 2024년 종료된 뒤 재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서울 은평구와 대전에서 스토킹 피해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른 가운데, 경찰 수사 초기부터 가해자의 재범 위험을 낮추기 위한 제도적 수단이 충분한지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8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2024년을 마지막으로 "스토킹 행위자 상담치료 프로그램" 시범사업을 종료했다. 현재 수사 단계에서 별도로 운영되는 스토킹 가해자 교정사업은 없는 상태다.

이 사업은 가해자가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기 전부터 전문 상담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집착과 왜곡된 인식을 개선하고, 반복적인 접근과 위협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됐다.

2022년 4월 서울경찰청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한 뒤 제주와 경북, 부산, 전남 등 여러 시도경찰청으로 확대됐다. 마지막 운영 연도인 2024년에는 서울경찰청과 인천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시행됐다.

운영 방식은 경찰이 상담 대상자를 선정하고 본인의 참여 동의를 받은 뒤 외부 전문상담사에게 연결하는 구조였다.

상담사는 가해자를 대상으로 심리검사와 면담을 실시하고, 스토킹 행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인지행동치료 등을 진행했다. 경찰은 상담 결과를 참고해 재범 위험성을 다시 평가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보완했다.

단순히 가해자의 심리상태를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상담 과정에서 파악된 위험 요인을 수사와 피해자 보호에 활용하도록 설계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실제 운영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4년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1억2천400만원이었지만 실제 집행액은 1천400만원에 그쳤다. 전체 예산의 11.3%만 사용된 것이다.

경찰청은 가해자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가 한계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상담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참여율이 낮았고, 일부 가해자가 상담 참여 사실을 악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는 것이다.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과거 연인이나 배우자, 지인 등 관계를 맺었던 경우가 적지 않다. 관계가 종료된 이후에도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접촉을 시도하거나 상대방의 거부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는 행동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피해자와 가해자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조치와 함께 가해자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상담치료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에서는 일정한 긍정적 결과도 보고됐다.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이 경찰청 의뢰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문상담사 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97.2%가 상담이 가해자의 재발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상담사들이 효과를 확인한 영역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이 47.1%로 가장 많았다. 분노 등 부정적 감정 감소가 38.2%, 개선 의지가 14.7%로 뒤를 이었다.

제주경찰청이 운영한 "찾아가는 가해자 교화 프로그램"에서도 상담 참여자의 심리상태에 변화가 나타났다.

상담 전후 설문을 비교한 결과 긍정적 자아상과 부정적 심리상태 관련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됐다.

다만 이러한 결과가 실제 스토킹 재범률 감소로 이어졌는지는 별도의 장기 추적조사가 필요하다. 상담사의 평가와 참여자의 심리검사 결과만으로 범죄 예방 효과가 최종 입증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사업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고위험 가해자의 참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서울경찰청 시범사업에 참여한 145명 가운데 재범 위험등급이 "심각"으로 분류된 사람은 11명으로 전체의 7.6%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상황에서 가해자의 동의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은 대상자를 상담에 참여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현장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면담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가해자가 상담을 거부하면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없었고, 상담을 받던 중에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 참여를 중단할 수 있었다.

특히 피해자에게 강한 집착을 보이거나 접근금지 조치를 위반할 가능성이 높은 가해자가 상담을 거부하면 경찰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은 스토킹처벌법에 규정된 잠정조치에 상담치료를 추가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시하고 있다.

잠정조치는 스토킹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법원이 결정하는 조치다.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 가해자의 행동을 제한하는 수단이 포함된다.

여기에 상담치료를 추가하면 법원의 결정에 따라 가해자가 전문기관에서 상담이나 치료를 받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수사 단계에서 강제적인 상담을 실시하려면 대상자 선정 기준과 절차, 상담 거부에 대한 대응, 개인정보 보호 등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

국회에는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은 지난 2월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에 상담소 상담위탁과 의료기관 위탁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도 지난 8월 상담 및 의료기관 위탁과 재범 방지 교육프로그램 이수를 잠정조치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법원의 결정으로 가해자에 대한 상담과 치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구체적인 조치 범위와 교육프로그램 포함 여부 등에서는 차이가 있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제도는 그동안 접근금지와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 등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가해자가 이러한 조치를 위반하거나 피해자를 다시 찾아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물리적 분리만으로 범죄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가해자 상담치료는 접근금지나 신변보호를 대신하는 수단이 아니다.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조치를 유지하면서 재범 위험을 낮추기 위한 별도의 개입 방식이다.

경찰청이 종료한 시범사업은 상담 효과에 대한 일부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참여 강제력 부족과 낮은 예산 집행률을 해결하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는 상담치료를 법원의 잠정조치에 포함하는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경찰청은 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상태이며, 수사 단계에서 가해자에게 상담 이수를 명령할 수 있는 제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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