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이용자에게 특정 전문의약품을 인기 제품처럼 소개하는 행위도 약사법상 금지된 의약품 광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의약품 판매로 직접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없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특정 전문의약품을 알리는 방식이라면 광고로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에 대해 각각 벌금 3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8일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온라인 의료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의약품 정보와 법률상 금지되는 전문의약품 광고의 경계를 판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건은 2022년 5월 닥터나우가 운영하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의약품 안내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당시 닥터나우는 앱에 "원하는 약 처방받기"라는 항목을 운영하면서 "BEST 약품"이라는 별도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용자가 피부·여드름, 탈모, 다이어트, 인공눈물, 알레르기 등 질환별 항목을 선택하면 특정 전문의약품이 표시되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이용자가 의사의 진료를 받기 전부터 특정 의약품의 명칭과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의약품으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의약품의 선택과 사용이 환자의 증상과 의학적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은 닥터나우가 앱 이용자들에게 특정 전문의약품을 게시한 행위가 약사법에서 금지하는 전문의약품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24년 당시 대표이사와 법인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 과정에서 닥터나우 측은 해당 서비스가 이용자에게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영리 목적이 없었기 때문에 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특정 전문의약품을 불특정 다수의 앱 이용자에게 노출한 행위를 약사법상 광고로 판단해 유죄를 인정했다.
항소심 역시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3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일정한 요건에 따라 형의 선고를 미루는 제도다. 무죄판결과는 구분되며, 법원이 범죄 성립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이어졌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은 전문의약품에 관한 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널리 알리는 행위가 이뤄졌다면 광고에 해당할 수 있으며, 반드시 영리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전문의약품에 관한 정보를 널리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리는 행위가 이뤄진 이상, 영리의 동기나 목적이 있을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판단에 따라 의약품 광고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플랫폼이 직접적인 수익을 얻었는지가 아니라 특정 전문의약품을 어떤 방식으로 이용자에게 알렸는지에 놓이게 됐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사용된 "BEST 약품"이라는 표현은 이용자에게 특정 제품을 추천하거나 선택을 유도하는 방식과 연결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의료정보는 질환의 증상이나 치료 방법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정보부터 개별 의약품의 명칭과 효능을 소개하는 내용까지 범위가 넓다.
그러나 전문의약품의 제품명과 관련 정보를 일반 이용자가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도록 게시하는 경우에는 단순 정보 제공이라는 설명만으로 광고 규제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번 판결에서 확인됐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서비스다. 이용자는 앱을 통해 의료진을 선택하고 진료를 신청하며, 진료 결과에 따라 처방이 이뤄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이 특정 의약품을 미리 제시하거나 이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구성하면 의사의 처방 판단과 의약품 선택 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판결이 비대면 진료 서비스 자체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재판의 대상은 닥터나우 앱에서 특정 전문의약품을 "BEST 약품"으로 게시한 행위이며, 비대면 진료의 적법성이나 전체 플랫폼 운영 방식에 대한 판단과는 구분된다.
의약품 정보 제공이 모두 금지되는 것도 아니다. 환자의 안전한 복약을 위한 안내와 의료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정보 제공 등은 내용과 대상, 제공 방식 및 관련 법령에 따라 별도로 판단된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 의료서비스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의약품 광고 규제를 온라인 환경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와도 연결된다.
기존 의약품 광고가 방송이나 인쇄매체, 인터넷 광고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모바일 의료 플랫폼에서는 검색 항목과 제품 목록, 추천 화면 등을 통해 의약품 정보가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러한 서비스의 명칭이나 운영 목적에 관계없이 실제로 특정 전문의약품의 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알렸는지를 기준으로 위법성을 판단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닥터나우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에 대한 벌금 300만 원의 선고유예가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행위는 2022년 5월 운영된 앱 서비스이며, 판결은 당시 게시 방식에 대한 약사법 위반 여부를 판단한 것이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