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1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대미 수출 여건에 차질이 없도록 우호적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 사법부의 결정으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으나, 기존에 확보한 한미 간 통상 이익을 지켜내겠다는 취지다.
강 대변인은 이날 오후 관계부처 긴급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미국 사법부의 판결로 국제 통상 환경의 변동성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는 한미 관세 합의를 통해 확보한 이익 균형과 대미 수출 여건이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한미 간의 특별한 동맹 관계를 기초로 우호적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행정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함에 따라 소집됐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하는 등 한국과 관세 합의를 맺은 바 있다. 청와대는 이 합의의 효력이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판결문 내용을 정밀 분석 중이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 관련 당국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이미 납부한 관세의 환급 여부나 향후 미국 측의 대체 입법 가능성 등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통상 당국자들의 긴박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이 참석한 회의는 당초 예정된 시간을 넘겨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회의 종료 후 청와대 관계자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채 "미측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말을 아끼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강조하며 정부에 힘을 실어준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판결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우리 정부의 협상 지렛대가 약화됐다며 외교 실패를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야권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의 추가 관세 압박에 대해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정부는 당분간 대미 투자 특별법 등 기존 합의 사항을 차질 없이 진행하며 미국 행정부와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하지만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판결과 무관하게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해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향후 한미 간 통상 재협상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사법부 판결이 실제 수출 현장에 미칠 영향은 미국 행정부의 후속 조치 향배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가 강조한 우호적 협의가 실질적인 수출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대미 통상 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