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압수물 관리 과정에서 실무상 과오가 있었을 가능성은 있으나, 담당자들이 관봉권 포장과 띠지를 고의로 훼손하거나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했다고 볼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는 5일 안권섭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이첩받은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압수물 업무 담당자 등이 의도적으로 관봉권 포장, 띠지 등을 훼손·폐기하고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2024년 12월 서울남부지검이 이른바 "건진법사" 전성배 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현금 1억6500만 원 가운데 일부 관봉권의 띠지와 스티커가 사라졌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당시 현금 중 5000만 원 상당의 한국은행 관봉권과 관련해 지폐 묶음의 포장, 띠지, 스티커가 검찰 단계에서 훼손 또는 폐기됐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관봉권은 한국은행 등에서 지폐의 액수와 상태를 확인한 뒤 띠지와 비닐 포장, 인증 스티커 등으로 묶어 관리하는 현금 묶음이다. 띠지에는 검수 시점과 담당자 식별 정보, 기계 번호, 지폐 일련번호 등 자금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정보가 담길 수 있어 금융 수사에서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의혹이 불거진 뒤 대검찰청은 감찰에 착수했다. 대검은 지난해 10월 압수물 관리 과정에서 실무상 과실은 있었지만, 지휘부의 은폐 지시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상설특검이 출범해 수사를 진행했고,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검찰로 다시 이첩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상설특검이 이첩한 기록을 검토한 결과 특검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봤다. 검찰은 "상설특검에서 이첩한 기록들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상설특검의 결론이 타당하고 이와 달리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아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처분에도 압수물 관리 부실 논란은 남는다. 고의적 증거 폐기나 조직적 은폐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수사기관이 압수물의 원형을 보존하고 이동 경로를 명확히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관봉권 띠지처럼 자금 출처 추적과 관련된 자료는 그 자체로 증거 가치가 있는 만큼, 향후 압수물 보관과 기록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무혐의 처분으로 형사 책임 판단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건진법사 관련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증거 관리 논란은 검찰 수사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남게 됐다. 고의 은폐가 없었다는 결론과 별개로, 압수물 관리 체계의 허점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후속 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