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며 9000선 턱밑까지 다가선 반면, 코스닥은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소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로 증시 자금이 몰리면서 중소형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에서는 자금 이탈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00포인트, 2.29% 내린 1026.03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한때 1009.75까지 밀리며 1000선 붕괴 우려도 나왔다. 코스닥은 지난달 27일부터 2일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반면 코스피는 같은 날 장중 8933.62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 8900선을 넘어섰다. 9000선까지는 장중 고점 기준 66포인트가량만 남겨둔 수준이었다.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급등락했지만, 종가는 8801.49로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시장의 온도 차는 수익률에서 더 뚜렷하다. 코스닥의 올해 상승률은 10%대에 그친 반면 코스피는 반도체 대형주 랠리에 힘입어 100%를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5월에는 코스피가 큰 폭으로 오른 동안 코스닥은 오히려 하락하며 수익률 격차가 확대됐다.
코스닥 약세의 가장 큰 배경은 대형주 쏠림이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확대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방한 기대감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대형주로 집중되면서 중소형 성장주로 향하던 수급이 빠르게 줄었다. 지난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가 처음 상장된 점도 자금 이동을 가속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코스닥 관련 상장지수펀드에서도 자금 유출이 나타났다. 주요 코스닥 ETF 순자산은 4월 말 이후 20% 넘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한 주 사이 감소폭이 전체 감소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졌다. 코스닥 시장의 주요 매수 주체였던 개인 자금이 코스피 대형주와 레버리지 상품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책 기대감도 코스닥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첨단 전략산업과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국민참여성장펀드가 출시 직후 완판되면서 코스닥 일부 종목이 반짝 상승했지만,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 수혜 기대에 따른 키 맞추기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현재까지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코스닥의 상대적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코스피 안에서도 아직 순환매를 기다리는 업종이 남아 있고, 젠슨 황 CEO 방한과 AI 반도체 협력 기대감이 대부분 대형주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코스닥이 낙폭 과대 구간에 들어섰지만, 개인 자금 이탈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코스닥의 상대강도가 회복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코스피 대형주 랠리가 과열 부담에 직면하고, 정책 펀드 집행과 바이오·2차전지·로봇 등 성장 업종의 실적 개선이 확인될 경우 순환매가 코스닥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시장은 지수 상승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양극화 장세에 들어섰다. 코스피는 반도체 투톱을 앞세워 사상 최고치를 쓰고 있지만, 코스닥은 자금 이탈과 투자심리 위축 속에 1000선 방어를 고민하고 있다. 증시 랠리의 온기가 중소형 성장주로 확산될지, 아니면 대형 반도체주 중심의 압축 장세가 더 길어질지가 다음 관전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