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대구시장 선거가 여야 구도를 흔드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역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보수 정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온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가 맞붙으면서, 보수의 본류로 불려온 도시의 선택에 전국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구는 오랫동안 "보수의 심장"으로 불려 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산업화 기억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성이 강하게 남아 있는 지역이다. 역대 대선에서도 보수 후보는 대구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에서 80.1%를 얻으며 지역의 정치적 정체성을 다시 확인시켰다.
그 흐름 속에서 김부겸 후보는 예외적 인물로 꼽힌다. 김 후보는 민주당 계열 정치인으로는 이례적으로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다. 그러나 대구는 김 후보에게 재선까지 허락하지 않았다. 정계 은퇴 뒤 다시 대구시장 선거에 나선 김 후보는 이번 출마를 "마지막 소명"으로 내세우며 지역 변화와 경제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는 보수 결집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이력을 바탕으로 대구 경제 재건을 강조하며, 전통 보수층을 향해 "불씨는 남겨 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당내 계파 갈등을 거치며 보수 정당에 대한 실망감도 나타났지만,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보수 지지층이 다시 모이는 흐름도 감지된다.
여론조사에서도 대구는 과거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MBC가 지난 4월 30일 보도한 대구시장 가상대결 조사에서는 김부겸 후보 44%, 추경호 후보 35%로 김 후보가 앞선 결과가 나왔다. 이후 선거 막판에는 조사별로 오차범위 안팎의 접전 양상이 이어졌고, 부동층 표심이 승부를 가를 변수로 거론됐다. 5월 28일부터 새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면서 실제 막판 흐름은 투표 결과로만 확인할 수 있다.
대구의 인구 구조는 여전히 보수 정당에 유리한 조건으로 평가된다. 지난 12년 사이 대구 인구는 14만 명 이상 줄었고, 청년층은 지역을 빠져나간 반면 70세 이상 고령층은 늘었다. 고령층 비중 확대는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에 우호적인 투표 성향과 맞물린다. 다만 청년 유출과 지역 경제 침체는 기존 정치 선택에 대한 피로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 문제는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핵심 쟁점이다. 대구는 한때 섬유산업을 중심으로 한국 산업화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영남일보는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 33년째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산업구조 전환과 청년 일자리 창출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셈이다.
두 후보 모두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걸었다. 김부겸 후보는 대구 산업 대전환을 1호 공약으로 제시하고 2035년까지 지역내총생산 2배 성장과 청년 일자리 10만 개 창출을 약속했다. 추경호 후보는 경제관료 출신의 실행력과 보수 정당의 중앙 정치 네트워크를 앞세워 대구 경제 재도약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대구가 보수의 상징성을 유지할지, 아니면 변화의 신호를 보낼지를 가르는 선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부겸 후보에게는 민주당의 영남 확장 가능성을 다시 시험하는 무대이고, 추경호 후보에게는 국민의힘이 보수 본류 지역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선거다.
본투표를 하루 앞둔 대구의 선택은 단순한 시장 교체 여부를 넘어선다. 산업화의 기억과 보수의 자부심이 남아 있는 도시가 경제 침체와 청년 유출이라는 현실 앞에서 어떤 답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대구 유권자들은 보수의 불씨를 지킬지, 정치적 변화를 선택할지 마지막 판단만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