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의 유가 담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HD현대오일뱅크 임직원 2명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3월 정유 4사와 대한석유협회를 압수수색한 뒤 나온 첫 구속영장 청구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 소속 임직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의 구속 여부를 가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오는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이들이 이란 전쟁 등 중동발 에너지 위기 상황을 이용해 국내 유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가격 결정 과정에서 계획적 담합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혐의는 법원 심사와 향후 재판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이번 수사는 지난 3월 강제수사로 본격화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3월 23일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와 대한석유협회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은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 국면에서 정유사들이 가격을 사전에 맞췄는지, 공급가와 판매가 결정 과정에서 경쟁사 간 정보 교환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했다.
압수수색 이후 검찰은 관련자들의 휴대전화와 내부 자료를 추가로 확보하며 가격 결정 구조를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별 가격 산정 방식, 주유소 공급가 전달 과정, 경쟁사 가격 정보 취합 경로 등이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단순한 시장 반응인지, 위기 상황을 이용한 가격 조정인지 구분하는 데 수사력을 모아 왔다.
정유업계의 가격 결정은 국제유가, 환율, 정제 비용, 세금, 유통 마진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담합 혐의를 입증하려면 가격 변동 자체보다 업체 간 사전 합의나 정보 교환 정황이 핵심이다. 검찰이 이번에 임직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가격 결정 부서의 역할과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중점적으로 본 결과로 풀이된다.
HD현대오일뱅크 임직원들의 구속 여부는 향후 수사 범위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검찰은 확보한 진술과 자료를 토대로 다른 정유사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은 담합 혐의 입증을 위한 보강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들은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업자다. 유가 급등기에는 소비자 부담과 물가 압력이 동시에 커진다. 검찰 수사가 개별 임직원의 가격 결정 관여를 넘어 정유 4사의 구조적 담합 의혹으로 확대될지, 법원의 첫 판단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