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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진영의 확성기가 된 정치 유튜브,  민심의 역풍을 맞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6-15 14:05



정치 유튜브의 시대다.

한때 언론이 여론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유튜브가 정치 담론의 중심에 서 있다.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정치 유튜브 채널은 국회의원 한 명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일부 진행자는 정당 지도부 못지않은 정치적 파급력을 가진다.

그러나 권력은 언제나 책임을 요구한다.

최근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 유튜브 채널들의 구독자 감소 현상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 유튜브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공간에서 특정 진영의 이해관계를 옹호하는 확성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경고음일 수 있다.

유튜브는 본래 기존 언론이 다루지 못하는 진실을 전달하고 권력을 감시하기 위해 등장했다. 기성 언론의 편향과 침묵을 비판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정치 유튜브는 자신들이 비판했던 기성 언론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치적 입장이 있을 수 있다.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정치적 신념이 사실보다 우선하는 순간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는 관대하고 반대편 정치인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그것은 언론도 아니고 비평도 아니다. 단지 정치 팬덤일 뿐이다.

최근 불거진 합당 논란 과정에서도 국민들이 보여준 반응은 의미심장하다.

지지자들은 더 이상 "우리 편이니까 무조건 옳다"는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면 비판했고,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결정이라면 반발했다. 심지어 오랫동안 애청해온 방송과 진행자에게도 등을 돌렸다.

이는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정치인은 국민을 대표하는 존재이지 팬덤의 우상이 아니다. 정치 유튜버 역시 공적 영향력을 가진 사회적 발언자다. 따라서 비판받을 때는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왜 시청자들이 떠나는지 먼저 성찰해야 한다.

특히 최근 정치 유튜브 생태계에서는 위험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방송 진행자가 정치인의 입장을 대신 설명하고, 정치인은 방송에 출연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지지층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소비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언론과 정치, 비평과 선전의 경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진영을 위한 정치가 되고 있다.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청년 실업, 자영업자의 폐업, 저출생, 부동산 문제, 노인 빈곤과 같은 현실적 과제보다 진영 내부 권력 다툼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더 큰 관심을 받는다.

정치 유튜브 역시 이 같은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회수와 슈퍼챗, 후원금에 의존하는 구조는 점점 더 자극적인 발언을 요구한다. 상대 진영을 공격할수록 조회수가 오르고, 분노를 자극할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 합리적 토론은 사라지고 감정적 선동만 남게 된다.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 유튜브가 진영 논리와 팬덤 정치의 증폭기가 될 경우 사회는 더욱 양극화되고 국민 통합은 멀어진다.


이번 구독자 감소 현상은 특정 채널의 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정치 유튜브 전체에 대한 국민의 경고일 수 있다.

"당신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방송하는가."

"국민을 위한 방송인가, 특정 진영을 위한 방송인가."

"진실을 말하는가, 아니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려주는가."

국민은 생각보다 현명하다.

정치인은 선거로 심판받고 언론은 신뢰로 평가받는다. 정치 유튜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수백만 구독자도 민심 앞에서는 영원할 수 없다.

정치 유튜브가 살아남는 길은 간단하다.

권력을 감시하라. 진영보다 국민을 보라. 팬덤보다 사실을 우선하라.

그것이 정치 유튜브가 존재해야 할 이유이며, 민주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책무다.

민심은 잠시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지배할 수는 없다.

그리고 지금 국민은 정치 유튜브를 향해 조용하지만 분명한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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