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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중환자실도 조사 대상 될까” 의료진, 자동개시 조항에 반발

이수민 기자 | 입력 26-06-15 16:06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으로 의료사고 조정 절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신생아중환자실 현장에서 별도 판단 체계와 사전 필터링 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신생아 사망과 중증장애 사례가 자동개시 제도를 통해 사실상 전수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신생아학회 최창원 부회장은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으로 완성한다" 토론회에서 신생아 의료의 특수성을 반영한 하위법령 설계를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윤·박희승 의원과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신생아학회가 주관했다.

최 부회장은 의료분쟁을 소송 이전 단계에서 흡수하고 필수의료를 보호하려는 법 개정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분만이라는 단일 의료행위를 전제로 설계된 제도를 신생아중환자실 진료에 그대로 적용하면 현장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만은 시간적으로 한정된 단일 사건이지만 신생아중환자실 진료는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이어지는 연속적인 의료행위"라고 말했다. 미숙아 치료 과정에서는 수천 건의 처방과 판단이 반복되고, 사망이나 중증장애의 원인도 하나의 처치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최 부회장은 26주, 750g으로 태어난 미숙아가 생후 16일째 사망한 경우를 예로 들었다. 심폐소생술, 폐표면활성제 투여, 동맥관개존증, 감염, 호흡부전 등 여러 요인이 얽힐 수 있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극소 미숙아로 태어난 사실 자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사건에 단일 의료행위 중심의 소명 구조를 적용하면 입원 기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개시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최 부회장은 기존 민사소송보다 조정 신청의 문턱이 낮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신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 과실이 없으면 국가 보상을 받고, 과실이 인정되면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신생아중환자실의 거의 모든 사망과 중증장애 사례가 조정 절차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환자 지원과 의료분쟁 절차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둥이의 사망이나 중증장애는 국가 복지제도를 통해 지원하고, 보상을 받기 위해 의사의 과실 여부를 먼저 따지는 구조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중증장애 사건의 경우 배상 규모가 커질 수 있어 책임보험 한도를 넘는 부분에 대한 국가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핵심 요구는 사전 필터링 장치다. 최 부회장은 자동개시 전에 서면 예비검토 절차를 두고, 명백한 의료사고가 아니거나 미숙아의 의학적 한계에서 발생한 합병증은 본격 감정 절차로 넘어가기 전에 걸러야 한다고 밝혔다. 무분별한 조정 신청이 반복되면 진료와 조사 대응이 동시에 진행돼 필수의료 현장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필수의료 특성을 고려해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신현두 의료기관정책과장은 그동안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먼저 판단하던 의료과실 여부를 의료 전문가 중심 체계로 옮기는 것이 법 개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중과실 판단도 규정 위반 여부만 보지 않고 당시 응급상황, 병원 시스템, 의료진 지원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했다.

신 과장은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신생아중환자실이 필수의료 영역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며, 민사적으로는 책임보험과 고액배상 지원체계를 통해 개인 부담을 줄이고 형사적으로도 필수의료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자동개시가 진료 방해 방식으로 운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치권도 하위법령 보완을 약속했다. 김윤 의원은 신생아 중증장애와 같은 문제를 국가가 충분히 책임지지 못해 분쟁으로 넘어오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사전 스크리닝 제도 등 보완 장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지아 의원도 법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동해 필수의료를 위축시키는 결과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신생아 의료 특성을 반영한 감정체계, 사전 스크리닝, 국가 지원체계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현장 전문가들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은 환자 피해구제와 필수의료 보호를 동시에 내건 제도 변화다. 그러나 신생아중환자실처럼 치료 과정이 길고 결과 원인이 복합적인 영역에서는 같은 기준이 다른 부담으로 작동할 수 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신생아 의료의 특수성을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제도 정착의 첫 시험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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