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검찰에 신청한 구속·압수수색 영장 3건 중 1건꼴로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 범위가 넓어진 가운데 영장 단계에서 검찰의 통제가 강화되면서 양측 갈등도 다시 커지고 있다.
28일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경찰이 서울중앙지검에 신청한 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의 기각률은 모두 30%를 넘었다.
구속영장은 1천187건 가운데 387건이 기각됐다. 기각률은 32.6%다. 압수수색영장도 2만3천165건 중 7천427건이 기각돼 32.1%를 기록했다.
영장 기각은 혐의 소명이 부족하거나 강제수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이뤄진다. 보완을 요구하는 반려와 달리 기각된 영장은 같은 내용으로 다시 신청하기 어렵다.
기각률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 이후 상승세를 보였다. 구속영장 기각률은 2021년 20.4%에서 2025년 30.4%로 올랐다. 압수수색영장 기각률도 같은 기간 17.2%에서 26.9%로 상승했다.
압수수색 신청 건수 자체도 크게 늘었다. 휴대전화와 계좌, 전자기기 분석 등 디지털 자료 확보가 수사의 핵심 절차가 되면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은 해마다 증가하는 흐름이다. 그만큼 검찰의 영장 검토 과정도 수사 방향을 좌우하는 단계가 됐다.
검찰은 기각률 상승의 원인으로 경찰 수사의 부실을 지목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직접 수사하는 사건은 늘었지만, 혐의 소명이나 필요성 검토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장을 신청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반려가 아니라 기각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수사의 필요성이나 혐의 소명이 부족한 영장 신청이 많다는 의미"라며 "강제수사는 기본권 제한을 수반하는 만큼 엄격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영장 청구권이 경찰 수사를 견제할 사실상 마지막 수단이라는 인식도 나온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의 적정성을 확인할 장치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영장 심사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하거나 처리를 지연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현직 경찰 간부는 "과거에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다시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방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답변 자체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영장 단계에서 수사가 장기화되는 사례도 거론된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 사건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수사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300억 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연예기획사 관계자 사건도 영장 반려가 반복되며 수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 기각률 증가는 단순한 통계 문제를 넘어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과 경찰의 역할 분담이 아직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검찰은 강제수사 통제를, 경찰은 수사 자율성과 신속성을 각각 강조하고 있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신설,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까지 맞물리면서 영장 청구권을 둘러싼 논쟁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강제수사 남용을 막는 장치와 신속한 범죄 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절차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형사사법 체계 개편의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