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7일 코스피가 장중 7,600선 안팎까지 밀렸다. 반도체 대형주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데다 외국인 매도세가 겹치면서 유가증권시장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부터 낙폭을 키웠다. 지수는 한때 7,568선까지 내려갔고, 오전 10시 34분 기준으로는 전 거래일보다 5% 넘게 하락한 7,600선 부근에서 움직였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200 선물 가격 급락에 따라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이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발동되는 시장 안정 장치다.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돼 급격한 매물 출회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발동은 지수 낙폭이 단기간에 커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급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시장을 눌렀다. 외국인은 장중 1조 원대 후반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고, 개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수로 물량을 받아냈다. 기관 매매까지 엇갈리면서 지수 방향은 반도체 대형주와 외국인 수급에 좌우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2분기 잠정 실적에서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4000억 원을 발표했다. 시장 기대치를 웃돈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그러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오히려 급락했다. 단기간 주가가 크게 오른 데 따른 고점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호실적이 차익 실현의 계기로 작용했다.
SK하이닉스도 동반 하락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삼성전자 급락이 반도체 업종 전반으로 번졌고,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를 선반영한 주가에 부담이 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두 종목의 낙폭은 지수 전체를 끌어내렸다.
조선주도 약세를 보탰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자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20% 넘게 급락했다. 대형 수주 기대가 주가에 반영돼 있던 만큼, 탈락 소식은 조선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코스닥은 장중 한때 상승 전환했지만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지수는 830대 중반에서 등락했다. 유가증권시장의 급락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중소형주 시장도 방향을 잡지 못했다.
이날 증시 흐름은 호실적과 주가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삼성전자의 실적 자체는 반도체 업황 개선을 뒷받침했지만, 시장은 이미 반영된 기대와 단기 상승 부담, 외국인 매도 강도를 더 크게 반영했다.
당분간 시장의 초점은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지와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재평가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가 호재로 작용하지 못한 만큼, 코스피 7,600선 방어 여부와 반도체주 수급 회복이 증시의 첫 번째 쟁점으로 남았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