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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근 "안건 상정 거부는 중대한 위법" 인권위 내부 갈등 격화

박현정 기자 | 입력 26-07-17 10:52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을 권고했던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을 폐기할지를 놓고 인권위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일부 상임위원들은 안창호 인권위원장이 폐기안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하지 않은 것은 위원들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반발했지만, 안 위원장은 기존 결정을 법적 근거 없이 뒤집을 수 있는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맞섰다.

오영근 인권위 상임위원은 16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제24차 상임위원회에서 안 위원장의 안건 상정 거부를 두고 “위원들의 안건 심의·의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숙진 상임위원도 안 위원장이 회의를 편파적이고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 상임위원은 안 위원장의 회의 운영에 항의하며 발언을 거부한 뒤 회의장에서 퇴장했고, 상임위원회는 파행했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해 인권위가 의결한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이다. 인권위는 2025년 2월 10일 전원위원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형사재판 과정에서 방어권과 적법절차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권고안을 찬성 6명, 반대 4명으로 의결했다.

당시 결정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사실상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인권위원 구성이 달라지면서 오 상임위원 등 인권위원 5명은 해당 결정을 폐기하고 인권위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안건을 발의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지난 13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폐기안을 공식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이에 일부 위원들은 발의 요건을 갖춘 안건을 위원장이 임의로 상정하지 않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과 회의 운영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오 상임위원은 “위원장이 제출된 의안을 회의에 상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인권위가 존속하는 한 해당 사안은 다시 논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안 위원장이 안건 상정은 위원장의 의무라는 취지로 발언했던 점도 거론하며 이번 결정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폐기안을 상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안건 상정을 고의로 거부한 것이 아니라 상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40년 동안 법조인으로 일했지만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안건”이라며 기존 결정을 폐기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절차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하거나 불구속 수사하도록 요구한 결정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환경이나 위원 구성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결정을 폐기하면 인권위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법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인권위원들은 오는 20일 임시 전원위원회를 열어 폐기안을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인권위원 6명이 임시 전원위 개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 위원장은 현재 사안이 긴급한 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고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폐기안 상정 권한과 위원장의 재량 범위, 전원위원회 운영 절차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폐기안이 다시 상정될 경우 지난해 의결의 효력을 없앨 수 있는 법적 근거와 대국민 사과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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