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 간부의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여성 경찰관들이 감찰 대상이 된 데 이어, 이를 경찰 내부 익명게시판에 알린 현직 경찰관인 남편까지 장시간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피해 신고자를 상대로 한 감찰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경찰 내부의 논란이 경찰청 차원의 조사로 번지고 있다.
2일 JTBC 보도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지난 1월 강남경찰서 여성 경찰관 2명이 같은 부서 간부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자 감찰에 착수했다. 피해 경찰관들은 육아기 단축근무를 사용한 이후 화장실에 갈 때도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찰청은 해당 간부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6월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갑질 피해를 신고한 여성 경찰관 2명도 ‘내부결속 저해’와 ‘복무규율 위반’ 등을 이유로 별도 감찰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피해 경찰관의 남편이자 현직 경찰관인 A씨는 경찰 내부 익명게시판에 “신고한 아내와 출산을 앞둔 여직원에 대해 보복 감찰이 시작됐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피해 신고 이후 신고자들이 오히려 감찰받게 된 경위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서울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은 해당 글이 경찰의 SNS 사용지침을 위반했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A씨에 대해서도 감찰에 착수했다. 담당관실은 ‘진상확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A씨를 불러 약 9시간 동안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찰을 총괄한 담당관은 조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별도의 TF를 구성한 것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으며, 관련 업무도 직무 범위에 따라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피해자 측의 판단은 다르다. 피해자 측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경찰관들과 문제를 제기한 가족까지 연이어 감찰 대상이 된 것은 감찰권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행위로 신고했다. 신고자를 조사해 별도의 문제를 찾아내려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번 사안의 쟁점은 피해 경찰관과 남편에 대한 조사가 실제 복무규정 위반을 확인하기 위한 통상적 감찰이었는지, 최초 갑질 신고와 이후 문제 제기에 대응한 보복성 조치였는지다. 익명게시판에 올린 글이 내부 지침상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는지와 9시간에 걸친 조사가 필요하고 비례적인 조치였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경찰청은 서울경찰청의 감찰 과정 전반을 조사할 방침이다. 최초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처리부터 피해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 결정, 남편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TF 구성과 장시간 조사까지 절차가 공정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남은 핵심 쟁점이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