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유년기와 학창 시절을 보낸 서울 강북구 우이동 골목에 "노벨문학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작가가 오랜 기간 생활했던 옛집 주변 도로 463m가 한국 문학의 성취를 기억하는 명예도로로 지정됐다.
서울 강북구는 삼양로165길 307m와 삼양로169길 일부 156m를 합친 구간에 명예도로명 "노벨문학길"을 부여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고 우이동에 남아 있는 문학적 흔적을 지역 문화자산으로 보존하기 위한 조치다.
해당 구간은 한강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학창 시절까지 생활한 고택을 둘러싸고 있다. 한 작가는 초등학생 무렵 가족과 함께 광주에서 서울로 이주한 뒤 우이동 옛집에서 성장했다.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 작가를 비롯한 가족이 함께 살았던 공간이기도 하다.
도로 명칭은 주민 의견을 반영해 정했다. 강북구가 온·오프라인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벨문학길"은 온라인 조사에서 56.5%, 오프라인 조사에서 71.1%의 지지를 얻어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선택을 받았다. 구는 주민 의견 수렴과 주소정보위원회 심의를 거쳐 명예도로명을 공식 공고했다.
명예도로명은 역사적 인물이나 지역의 문화·관광자원을 알리기 위해 기존 도로에 별도의 이름을 붙이는 제도다. 법정 도로명을 변경하는 방식은 아니어서 주민들이 사용하는 주소는 삼양로165길과 삼양로169길로 유지된다.
강북구는 도로명 지정에 이어 명예도로명판 설치와 주소정보시스템 등록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한다. 단순히 길의 이름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한강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상징 공간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우이동 옛집을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강북구는 한강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20대까지 살았던 대지면적 259㎡ 규모의 단독주택을 2025년 매입했다. 기존 구조와 배치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주민과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로 조성하기 위해 기본계획 수립 절차를 밟고 있다.
정창수 강북구청장은 "노벨문학길이 작가의 문학 세계를 기억하고 한국 문학의 가치를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벨문학길 지정으로 우이동 옛집과 주변 골목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연결할 기반은 마련됐다. 다만 명예도로명판 설치와 고택 활용 계획이 아직 남아 있어 작가의 사적 공간을 보호하면서 시민이 찾는 문학 자산으로 운영할 구체적인 방안이 과제로 남았다.
이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