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69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26년 상반기 국내 극장가를 휩쓸었다. 한국영화 흥행작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전체 극장 매출과 관객 수도 전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전체 극장 매출액은 5,7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9% 증가했다. 전체 관객 수는 5,70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2% 늘었다.
상반기 전체 흥행 1위는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가 차지했다. 지난 2월 4일 개봉한 이 작품은 상반기 동안 관객 1,691만명, 매출액 1,631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극장 매출의 약 28%를 한 작품이 차지한 셈이다.
‘왕과 사는 남자’는 강원도 영월로 유배된 단종과 그를 보살핀 엄흥도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이다. 배우 유해진과 박지훈이 주연을 맡았다. 59일 동안 일일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장기 흥행했고, ‘명량’에 이어 역대 국내 개봉 영화 관객 수 2위에 올랐다.
2위는 연상호 감독의 ‘군체’였다. 상반기 기준 관객 574만명과 매출액 605억원을 기록했다. 3위에 오른 공포영화 ‘살목지’는 관객 324만명, 매출액 333억원을 거뒀다.
외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291만명과 330억원으로 4위에 올랐고, 문가영·구교환 주연의 ‘만약에 우리’가 관객 247만명, 매출액 244억원으로 5위를 차지했다.
이어 ‘아바타: 불과 재’, ‘휴민트’, ‘토이 스토리 5’, ‘마이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상반기 전체 흥행 순위 6∼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편에는 한국영화 5편과 외국영화 5편이 포함됐다.
한국영화의 반등이 전체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상반기 한국영화 매출액은 3,70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1.7% 증가했고, 관객 수는 3,737만명으로 74.9% 늘었다. 한국영화 관객 수와 매출액 모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반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왕과 사는 남자’와 ‘군체’, ‘살목지’, ‘만약에 우리’ 등 한국영화 상위 흥행작 네 편을 투자·배급한 쇼박스는 상반기 매출액 2,814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극장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48.6%에 달했다. 한국영화의 선전과 동시에 특정 배급사와 일부 흥행작에 매출이 집중된 구조도 나타났다.
외국영화 관객 수는 1,968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다만 아이맥스와 4D, 스크린X, 돌비시네마 등 특수상영 매출은 457억원으로 56.3% 증가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아바타: 불과 재’ 등 대형 외화가 특별관 시장을 견인했다.
상반기 극장가는 전년보다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관객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평균 관람요금이 1만150원으로 상승하면서 관객 증가율보다 매출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난 점도 고려해야 한다. ‘왕과 사는 남자’에 집중된 흥행 효과가 하반기에도 여러 작품으로 이어질지가 극장가의 남은 과제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