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를 태운 구급차의 위치와 환자 상태, 응급실의 병상·의료진 현황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공유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병원 수용 가능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송 지연을 줄여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은 해당 개정안을 ‘응급이송 핫라인법’으로 이름 붙였다.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응급환자 이송자와 응급의료기관 사이에서 이송 정보를 즉시 주고받을 수 있는 ‘응급이송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규정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구급대와 병원이 개별 전화나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 이송에 필요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시스템에서 공유하도록 한 정보는 구급차의 실시간 위치와 이동 경로, 이송 중인 환자의 상태와 응급처치 내용, 응급의료기관의 위치와 응급실 병상·의료진 현황 등이다. 병원이 환자를 실제로 수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도 포함된다.
구급차 운용자와 응급의료기관장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야 한다. 통신 장애처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두되, 사유가 해소되면 지체 없이 정보를 보내도록 했다.
정보 전송에 필요한 장치와 통신체계를 구축·운영해야 할 의무도 구급차 운용자와 응급의료기관에 부여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비 설치와 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행정·재정·기술적 지원을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새 시스템을 기존 응급의료정보통신망과 연계해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정보를 전송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입력한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도 담겼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한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보안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경우에도 같은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시스템에는 환자의 상태와 처치 내용 등 민감정보와 고유식별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접근권한 관리와 정보 암호화, 접속기록 보관 등 보안 기준을 복지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도록 했다. 시스템 업무 담당자와 구급차 운용자, 이송자, 응급의료기관 종사자는 해당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현행법도 구급대원 등이 이송하려는 병원의 수용능력을 확인하고 환자 상태와 응급처치 내용을 미리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병상과 의료진의 실제 가용 여부, 구급차 이동 상황 등이 실시간으로 연결되지 않아 구급대가 여러 병원에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윤 의원은 “현장 구급대원과 응급의료기관 사이에 정보가 제때 공유되지 않아 환자가 여러 응급실을 전전하며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구급차 위치와 환자 상태, 응급실 병상과 의료진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의결 등을 거쳐야 한다. 시스템에 입력되는 병상·의료진 정보의 정확성을 어떻게 유지할지와 의료현장의 장비·인력 부담, 민감한 환자정보를 보호할 보안체계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입법 과정의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