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법관 후보를 서면으로 임명 제청해 이른바 "대통령 패싱" 논란을 불러온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대법관 제청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여당과 사법부 간 정면충돌로 번지는 양상이다.
김 대표는 19일 오전 부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을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이라고 규정하며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장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사법농단을 부끄럽지 않게 맨얼굴로 할 수 있느냐"며 "한덕수 씨 같은 내란 공범의 길로 가려 하고, 왜 그렇게 창피한 길을 자처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조 대법원장의 행태를 "유리창을 깬 다음 퇴학시켜 달라고, 공부하지 않겠다고 구걸하는 불량 학생의 태도"에 비유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 대표는 이번 논란을 사법개혁 추진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국민들이 어마어마한 분노로 화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온 국민이 서명하고 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을 계기로 사법개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18일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관 후보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손 후보자는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이고, 김 후보자는 오는 9월 7일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이다.
논란은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직접 만나지 않고 서면으로 후보자를 제청하면서 불거졌다. 통상 대법원장은 대통령실과 일정을 조율한 뒤 대통령을 직접 만나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해 왔다. 이번에는 사전 조율이나 대면 절차 없이 서면 제청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대통령 임명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만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청의 구체적인 형식이나 대면 절차까지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이에 따라 이번 논쟁은 서면 제청 자체의 효력과 별개로, 그동안 유지돼 온 관례와 대통령의 임명권을 둘러싼 정치적·제도적 충돌의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법원은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법률 전문성과 공정한 판단 능력, 사법부 독립에 대한 신념,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 도덕성과 청렴성, 사회적 다양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법관 후보자들은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을 거치게 된다. 조 대법원장의 제청 방식을 둘러싼 여권의 반발이 후보자 검증과 국회 동의 절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민주당이 예고한 사법개혁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할지가 향후 핵심 쟁점이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