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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가 필수의료 직접 설계한다…정부 '전국 일괄 지원' 폐기하고 지역별 지원

이수민 기자 | 입력 26-08-23 17:23



정부가 지역마다 다른 의료 인력과 병원 인프라를 반영해 필수의료 지원 방식을 바꾼다. 중앙정부가 전국에 동일한 사업을 내려보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정부가 지역에 필요한 필수의료 정책을 직접 설계하고 중앙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구조로 전환한다. 공공병원은 진료역량과 지역 역할에 따라 세 유형으로 나눠 지원하고, 농어촌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공공보건의원" 도입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 양정석 과장은 지난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에서 정부의 의료혁신 추진 방향을 설명하며 지역별 의료자원 격차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지역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전국 의료 상황을 일률적으로 판단해 사업을 설계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지방정부가 해당 지역에서 부족한 의료 분야와 필요한 자원을 직접 파악하도록 한다.

양 과장은 "중앙정부가 지역의 세세한 의료 여건까지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지역 의료공백을 해소하려면 지방정부가 지금보다 더 많은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부는 필수의료 정책의 전체적인 방향과 지원 기준을 마련하고 지방정부가 실제 의료 수요에 맞춰 사업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지역에 따라 응급의료가 부족할 수도 있고 분만이나 소아 진료, 특정 필수진료과의 인력이 부족할 수도 있는 만큼 동일한 지원책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와 건강보험 재정 등을 활용한다. 앞서 정부는 내년 1조2000억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지방일수록, 필수의료 분야일수록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의료기관의 역할도 다시 나눈다.

정부는 공공의료기관을 규모와 진료역량에 따라 "종합형", "필수의료 집중형", "기능특성화형" 등 세 유형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300병상 이상 규모를 갖추고 필수진료과목을 운영하면서 포괄2차병원 역할을 수행하거나 해당 역량을 갖춘 의료기관은 "종합형"으로 분류한다. 이들 병원에는 지역에서 응급·수술·입원 등 필수의료를 주도적으로 담당할 수 있도록 인력과 시설 등에 대한 지원을 집중한다.

종합형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정 수준의 필수진료과목을 갖춘 공공병원은 "필수의료 집중형"으로 분류한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필수의료 기능이 인력 부족이나 경영난 등으로 약화되지 않도록 운영 기반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재활이나 의료취약지 진료처럼 지역에서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은 "기능특성화형"으로 육성한다. 모든 공공병원을 같은 형태로 키우기보다 실제 지역에서 필요한 역할을 중심으로 기능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농어촌 의료체계도 손질한다.

공중보건의사 신규 배출 인원은 2020년 741명에서 올해 92명까지 감소했다. 기존처럼 여러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공보의를 분산 배치하는 방식으로는 의료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복지부는 일부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거점화해 의료인력을 집중하고 나머지 보건지소는 주민과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접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추진되는 것이 "공공보건의원"이다.

공공보건의원은 민간 의료기관이 들어오기 어려운 농어촌과 의료취약지에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검토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시설과 장비 등 기반을 제공하고 공공 또는 민간 의료인이 계약을 통해 진료를 담당하는 형태 등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공공보건의원이 기존 동네의원과 경쟁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양 과장은 읍 지역에 의원이 하나뿐이거나 의료기관까지 거리가 멀어 민간 의료기관의 신규 진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무의촌 지역 등에 최소한의 필수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역 의료공백은 진료량과도 맞물려 있다.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환자가 부족해 행위별 수가만으로 의료기관을 유지하기 어렵고, 병원이 문을 닫으면 주민들이 다시 수도권이나 대도시 의료기관을 찾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정부는 건강보험에 지역수가를 도입해 이 문제에도 대응한다. 인구감소지역 의료기관과 비수도권 필수의료에 추가 보상을 제공해 환자 수가 적더라도 필요한 진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국 의료체계를 소진료권과 중진료권, 대진료권으로 구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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