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자 재제청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법원이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 맞붙었다. 대법원장이 제청 과정에 절차적 흠결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가운데, 청와대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적법하게 추천한 후보자들을 배제하기 위해 사퇴 의사를 물은 행위가 오히려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23일 공지를 통해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4명의 후보자를 적법하게 추천받았음에도 법령상 근거 없이 후보자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 위해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사퇴 의사를 물은 것은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적법하게 추천된 후보자들을 제청 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시도야말로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장이 제청 과정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데 대해, 청와대는 후보자 추천과 제청 절차가 법률에 따라 진행됐는지를 별도로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논란은 대법관 후보자 제청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대법원 간 실질적인 협의가 있었는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를 다시 검증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지 등을 둘러싸고 불거졌다.
앞서 대법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기 어렵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대법원장 측은 대법관 후보자 제청권이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헌법과 법률상의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이 제청 과정에서 중요한 절차이지만, 최종적인 후보자 제청 권한까지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청와대는 추천위원회가 적법하게 추천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사퇴 의사를 확인하고 후보자 구성을 다시 바꾸려 한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후보자 추천 절차에 법령상 근거가 없는 방식이 개입됐다면, 그 자체로 대법관 인선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청와대가 문제 삼은 것은 단순한 협의 부족이 아니라 후보자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 위한 과정이다. 적법하게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4명의 후보자를 추천했는데도 대법원 측이 이들 후보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사퇴 의사를 물었다면, 후보자 선정 절차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다만 후보자들에게 연락한 구체적인 경위와 연락 주체, 사퇴 의사를 확인한 방식, 법적 근거의 유무 등은 추가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공개된 양측 입장만으로는 해당 행위가 실제로 법률상 절차 위반에 해당하는지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이번 사안은 대법관 제청권의 범위와 대통령 임명권의 관계를 둘러싼 헌법적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은 대법관을 임명하지만,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어느 정도까지 의견을 제시하거나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는지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와 대법원은 각각 절차의 공정성과 제청권의 독립성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청와대는 적법하게 추천된 후보자들을 배제하는 과정이 문제라고 주장하고, 대법원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대한 외부 개입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쟁점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추천 이후 후보자를 다시 검토하거나 사퇴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었는지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회 논의와 법률 검토, 필요할 경우 권한쟁의심판 등 별도 절차를 통해 양측 주장의 법적 타당성이 가려질 전망이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