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기 한국미디어일보 논설위원
사람은 누구나 가슴속에 말하지 못한 아픔 하나쯤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조금은 가벼워질 것 같지만, 막상 입을 열려 하면 목이 메고 눈시울이 뜨거워져 끝내 삼켜버리는 이야기들이 있다.
세월이 흐르면 잊힐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어떤 아픔은 시간이 흐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평생을 함께 살아간다.
웃고 있어도 마음은 울고 있을 때가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를 보내다가도, 홀로 남겨지는 밤이면 애써 묻어두었던 기억들이 하나둘 고개를 든다.
그럴 때면 문득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왜 이렇게 많은 것을 가슴에 담고 살아왔을까.
조금은 내려놓아도 되었을 텐데.
조금은 잊고 살아도 되었을 텐데.
왜 나는 지나간 인연의 아픔까지, 돌아오지 않을 시간의 그리움까지, 모두 내 몫인 것처럼 끌어안고 살아왔을까.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것이 어쩌면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음을.
사람을 쉽게 미워하지 못하고, 떠나간 인연을 쉽게 지우지 못하고, 상처를 받아도 끝내 따뜻한 마음 하나만큼은 잃지 않으려 했던 나의 삶이었음을.
때로는 그런 내가 참 안쓰럽다.
남의 아픔에는 그토록 마음을 쓰면서 정작 내 마음의 상처 하나 제대로 보듬어주지 못했으니 말이다.
누군가 내게 괜찮으냐고 물으면 늘 괜찮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그저 내가 무너지면 안 될 것 같아서, 내가 견뎌야 할 삶이 아직 남아 있어서, 눈물을 삼키며 또 하루를 살아냈을 뿐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아픔이 없는 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품고도 다시 아침을 맞이하는 일인지 모른다.
가슴에 남아 있는 상처가 모두 아물지 않아도 괜찮다.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도, 이루지 못한 꿈이 있어도, 끝내 전하지 못한 말들이 마음속에 남아 있어도 괜찮다.
그 모든 것이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고, 간절히 바랐으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흔적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 조금 더 따뜻해지고 싶다.
늘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썼던 마음으로 나 자신도 이해해 주고 싶다.
힘들었던 지난날의 나에게,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했던 눈물을 홀로 삼켰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수없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끝내 삶을 놓지 않았으니, 그대의 인생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오늘도 나는 그렇게 살아간다.
가슴에는 지워지지 않는 아픔을 품고,
마음에는 아직 꺼지지 않은 희망을 품고,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나의 인생을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걸어간다.
아픔이 내 삶의 전부는 아니기에.
그리고 아직 나에게는
사랑할 날도, 웃을 날도, 행복해질 날도 남아 있기에.
이명기 | 한국미디어일보 논설위원
“세월은 아픔을 모두 지워주지 않지만, 그 아픔을 안고도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깊이를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