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중대범죄수사청장 등 수사·공소기관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통령의 지휘·감독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책임이라며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국무회의 참석이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에는 구체적인 사건을 지휘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22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국정에 관한 대통령의 지휘·감독은 권한인 동시에 책임”이라며 “중수청에 대한 지휘·감독을 포기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이고, 직무유기로 형사처벌을 받을 범죄”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과 법률을 어기며 중수청은 지휘·감독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지휘·감독을 공개회의에서 하지 말고 밀실에서 비공개로 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중수청장을 국무회의에 참석시키는 것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개회의 참석에서 열외시키는 것이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 방안이라는 것은 무논리”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중수청장과 공소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구글 생성형 인공지능 ‘제미나이’ 답변을 공유한 것을 두고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몰라서 제미나이를 인용한 것이 아니다”며 “해당 주장이 얼마나 초보적인 논리와 사실관계에 어긋나고 수준이 낮은 것인지를 느껴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공소기관장을 국무회의에 참석시키지 말라는 주장을 “헌법과 법률, 상식에 위배되는 억지”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산림청장과 소방청장, 해양경찰청장 등 다른 외청장들도 국무회의에 참석해 소관 업무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중수청과 공소청 역시 대통령과 국무총리, 소관 장관의 행정적 지휘·감독을 받는 정부 조직인 만큼 예외적으로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수사·공소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 방침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국무회의 참석 자체를 수사기관에 대한 정치적 통제나 수사 개입으로 연결하는 것은 현 정부의 국무회의 운영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 수석은 “민생 현안을 비롯한 사회 문제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모든 부·처·청이 칸막이를 없애고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중수청과 공소청도 정부 조직의 일원으로서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건을 대상으로 한 수사·공소 지휘는 국무회의에서 다루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성 수석은 “국무회의에서 개별 사건의 수사나 공소 지휘에 관한 내용은 일절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은 김지용 중수청장이 지난 20일 처음으로 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당시 김 청장은 “중수청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검찰개혁을 완수하고 국민 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 청장에게 중대범죄를 “네 편, 내 편 가리지 말고 성역 없이 수사해 중수청의 존재 의미와 필요성을 국민에게 증명해 달라”고 주문했다. 청와대는 이를 일반적인 정책 지시라고 설명했지만,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수사기관장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 자체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정부조직에 대한 대통령의 일반적인 행정감독권과 개별 사건에 대한 수사 독립성을 어디까지 구분할지가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청와대가 구체적인 사건 지휘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국무회의에서 수사·공소기관과 관련해 어떤 안건과 보고가 다뤄지는지, 이를 통제할 제도적 기준을 마련할지가 남은 쟁점이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