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23일 오후 2시 나온다.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오 시장이 항소심에서 어떤 판단을 받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재판은 여론조사 비용을 제3자가 대신 지급한 행위에 오 시장이 관여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재판부는 지난 20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신청을 받아들여 선고 과정을 실시간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은 자체 촬영 장비로 선고 과정을 녹화해 방송사에 실시간 송출할 예정이다. 앞서 진행된 1심 선고는 생중계되지 않았다. 이번 결정에는 사건의 사회적 관심도와 공공의 이익 등이 고려됐다.
오 시장은 2021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모씨에게 조사 비용을 대신 지급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오 시장이 명씨로부터 총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약 3300만원을 김씨가 대납한 것으로 판단했다. 오 시장은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며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 왔다.
지난 7월 22일 1심 재판부는 특검팀이 제기한 혐의 가운데 일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 5건을 의뢰했고, 관련 비용 2100만원을 김씨가 대신 지급하도록 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1심은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21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다만 특검팀이 주장한 여론조사 10건 전체에 대한 비용 대납 혐의가 모두 인정된 것은 아니다.
항소심에서는 여론조사 의뢰 경위와 비용 지급 과정,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특히 오 시장이 여론조사 비용의 대납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이를 요청하거나 승인했는지가 유무죄 판단의 핵심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2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00만원을 구형했다. 1심에서 일부만 인정된 여론조사 비용 대납 혐의에 대해 더 무거운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오 시장은 최후진술에서 "후원자라는 사람에게 비용을 대납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제 정치적 신념과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오 시장 측은 관련자들의 진술과 증거에 대한 해석을 다투면서 자신이 여론조사 비용 대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사실관계 판단을 유지할지, 새로운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다른 결론을 내릴지가 관심사다.
이번 재판은 오 시장의 서울시장직 유지 여부와도 직접 연결된다. 정치자금법 제57조에 따르면 정치자금 부정 수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 취임과 임용이 제한되며, 이미 공직에 있는 경우 그 직에서 퇴직해야 한다.
따라서 1심에서 선고된 벌금 1000만원이 최종 확정되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상실하게 된다. 해당 기간에는 피선거권도 제한돼 차기 대통령선거 출마 역시 불가능해진다.
다만 이날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선고되더라도 즉시 시장직을 잃는 것은 아니다. 형이 확정돼야 법률상 직위 상실의 효력이 발생한다.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경우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게 된다.
이번 사건은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씨의 여론조사와 관련해 기소된 사건과도 비교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지난 7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건희 여사 역시 같은 유형의 혐의에 대해 1심과 2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특히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이날 오 시장의 항소심을 담당하는 서울고법 형사7부라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다만 두 사건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혐의 구조가 다르다.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행위의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었던 반면, 오 시장 사건에서는 제3자를 통한 여론조사 비용 대납과 그 과정에 대한 관여 여부가 핵심이다.
같은 재판부가 심리하더라도 사건별 증거와 법률적 판단은 별도로 이뤄진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 사건의 무죄 판결이 오 시장 사건에서도 동일한 결론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오 시장의 항소심 판결에 따라 서울시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시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의 법적 지위가 최종적으로 변경될 경우 향후 행정 일정과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후속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고의 핵심은 1심이 유죄로 판단한 여론조사 5건의 비용 대납 과정에서 오 시장의 관여가 법적으로 인정되는지 여부다. 특검팀이 주장한 전체 3300만원의 대납 혐의와 오 시장 측의 무죄 주장 가운데 재판부가 어떤 사실관계를 인정할지도 판결에서 확인될 예정이다.
23일 오후 2시 생중계되는 항소심 선고를 통해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두 번째 법원 판단이 공개된다. 1심의 벌금 1000만원이 유지될지, 형량이 달라지거나 무죄 판단이 내려질지에 따라 향후 상고심의 쟁점과 시장직 유지 문제도 달라지게 된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