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보안, 현대자동차는 광고, 신세계는 온라인 패션, CJ는 드라마 제작까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대표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산업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브랜드가 실제로는 전혀 다른 업종의 대기업 계열사이거나, 대기업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인 경우도 있다.
특히 코카콜라 음료와 편의점 세븐일레븐,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 보안업체 에스원 등은 일반 소비자가 기업집단과의 관계를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브랜드를 소유한 회사와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회사는 구분해야 한다. 대기업의 사업 영역을 살펴볼 때도 자회사인지, 계열사인지, 단순한 투자 관계인지에 따라 실제 지배구조가 달라진다.
LG그룹과 코카콜라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코카콜라 음료를 생산·판매하는 코카콜라음료는 LG생활건강 계열사다. LG생활건강은 2007년 코카콜라의 국내 음료 제조·판매 사업을 인수하면서 음료사업을 확대했다.
하지만 코카콜라 브랜드 자체가 LG그룹 소유인 것은 아니다. 코카콜라 브랜드는 미국 코카콜라 컴퍼니가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코카콜라음료가 관련 계약에 따라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구조다.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 외에도 다양한 음료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음료 역시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다.
LG그룹의 사업 영역은 농업 분야로도 이어진다.
LG화학에서 출발한 팜한농은 작물보호제와 종자, 비료 등 농업 관련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이다. LG화학은 2016년 동부팜한농을 인수해 팜한농으로 이름을 바꿨다.
팜한농은 농업 생산에 필요한 제품과 기술을 공급한다. 전자와 화학 중심으로 알려진 LG그룹이 농업 관련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롯데그룹은 편의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롯데그룹 계열사다. 코리아세븐은 전국 편의점 점포를 통해 식품과 생활용품, 간편식 등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세븐일레븐은 일본 세븐앤아이홀딩스 계열의 글로벌 브랜드다. 국내 운영회사인 코리아세븐이 롯데그룹에 속한다는 사실과 글로벌 브랜드의 소유 관계는 별개다.
롯데그룹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식품, 호텔뿐 아니라 편의점과 물류, 화학 등 여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패션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W컨셉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패션 상품을 중심으로 성장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다. 신세계그룹 계열인 SSG닷컴이 2021년 W컨셉을 인수하면서 신세계의 온라인 패션사업이 확대됐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이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온라인 쇼핑과 패션 플랫폼에도 투자해 왔다.
W컨셉은 이러한 사업 확장의 사례다. 오프라인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넘어 온라인 패션 소비자를 확보하려는 유통기업의 전략이 반영됐다.
삼성그룹은 보안서비스 분야에서도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에스원은 삼성 계열의 보안 전문기업으로, 출입통제와 영상보안, 시설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 소비자에게 삼성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제품으로 익숙하지만 에스원은 기업과 공공시설, 주거시설 등의 보안과 시설 운영을 담당하는 사업을 수행한다.
에스원의 사업은 보안장비 공급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보안시스템 운영과 관제, 시설관리 등 서비스 분야까지 포함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 진출해 있다.
이노션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광고회사로, 광고 기획과 제작, 브랜드 마케팅, 디지털 콘텐츠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한다.
자동차 제조기업이 광고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는 점은 자동차 판매에 필요한 브랜드 관리와 마케팅 활동이 제조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노션은 현대자동차와 기아 관련 광고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브랜드를 대상으로도 광고사업을 수행한다.
한화그룹은 호텔과 리조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국내 여러 지역에서 호텔과 리조트, 레저시설 등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서울의 더 플라자 호텔 역시 한화 계열 호텔사업과 관련된 대표적인 브랜드다.
한화는 방산과 항공우주, 에너지, 금융 분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호텔과 레저사업도 주요 사업 영역 가운데 하나다.
GS그룹은 프로축구단 FC서울과 관계가 있다.
FC서울을 운영하는 구단 법인은 GS그룹 계열사인 GS스포츠다. GS그룹은 에너지와 유통, 건설 등을 주요 사업으로 운영하면서 프로스포츠 분야에도 참여하고 있다.
프로축구단 운영은 일반적인 제조업이나 유통업과 사업 성격이 다르다. 경기 운영과 선수단 관리, 스포츠 마케팅, 팬 서비스 등이 주요 활동에 포함된다.
CJ그룹은 드라마와 영상콘텐츠 제작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기획과 제작, 유통 등을 담당하는 콘텐츠 기업으로 CJ ENM 계열이다.
CJ는 식품과 외식, 물류 등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영화와 방송, 음악 등 문화콘텐츠 분야에서도 사업을 확대해 왔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외 방송사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을 대상으로 드라마를 제작·공급하며 콘텐츠사업을 수행한다.
SK그룹은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도 다양한 사업을 운영한다.
대한송유관공사는 국내 석유제품 수송을 위한 송유관 시설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 계열의 SK에너지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다만 대한송유관공사를 단순히 SK그룹이 전부 소유한 회사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 회사는 여러 정유사 등이 지분을 보유한 구조로, 실제 지분 관계와 기업집단 편입 여부를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국내 대기업의 사업 다각화는 제조업과 유통업의 경계가 점차 넓어지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자동차기업이 광고회사를 운영하고, 유통기업이 패션 플랫폼을 인수하며, 전자와 화학 중심의 기업집단이 농업과 음료사업에 참여하는 사례가 나타난다.
이러한 사업 확장은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을 확보하거나 새로운 고객과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업에 따라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기도 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산업에 진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업 영역이 다양하다는 사실만으로 기업의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을 인수하거나 계열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투자비용과 운영비용이 발생한다. 기존 사업과의 연계 효과가 충분하지 않으면 사업 확장이 오히려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대기업 계열사라는 사실과 해당 브랜드를 직접 소유한다는 사실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코카콜라와 세븐일레븐처럼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사업을 별도 회사가 운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브랜드 사용권과 제조·판매 권한, 지분 소유, 계열사 편입 여부를 각각 확인해야 한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전자와 자동차, 유통 등 주력 산업을 넘어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가운데, 소비자가 접하는 브랜드와 실제 운영기업의 관계도 복잡해지고 있다.
기업집단의 사업 다각화를 평가할 때 남는 쟁점은 사업 분야가 얼마나 많은지가 아니라 각 계열사가 어떤 지배구조 아래 운영되고, 기존 사업과 어떤 연계 효과를 내며, 실제 수익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