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과 중증난치질환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이 오는 12월부터 현행 10%에서 7%로 낮아질 예정이다. 정부는 관련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제도가 시행되면 약 136만 명의 환자가 의료비 부담을 덜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4일 희귀·중증난치질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오는 1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지난 9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한 희귀·중증난치질환자 본인부담률 단계적 인하 방안의 첫 번째 조치다.
정부는 올해 12월 본인부담률을 7%로 낮춘 뒤 2028년 상반기에는 암과 심뇌혈관질환 등 다른 중증질환에 적용되는 5% 수준까지 추가 인하할 계획이다.
현재 희귀·중증난치질환자는 건강보험 산정특례 제도를 통해 해당 질환의 건강보험 급여 진료비 가운데 10%를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산정특례는 중증질환이나 희귀질환 등으로 의료비 부담이 큰 환자에게 일반적인 건강보험 본인부담률보다 낮은 비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일반적인 건강보험 진료에서는 입원 시 20%, 외래 진료 시 의료기관 종류 등에 따라 30~60%의 본인부담률이 적용될 수 있다. 반면 산정특례 대상자는 해당 질환에 대한 급여 진료에서 별도로 정한 낮은 본인부담률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희귀·중증난치질환자의 본인부담률은 10%로, 암이나 일부 중증 심뇌혈관질환 등에 적용되는 5%보다 높았다.
희귀·중증난치질환은 치료 기간이 길고 지속적인 검사와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질환에 따라 반복적인 입원이나 전문 의료기관 방문이 필요하며, 환자와 가족에게 의료비와 돌봄 부담이 장기간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차이를 줄이기 위해 희귀·중증난치질환자의 본인부담률을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개정안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산정특례에 등록된 희귀·중증난치질환자 약 136만 명은 해당 질환의 건강보험 급여 진료비 중 7%를 부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산정특례가 적용되는 급여 진료비가 100만 원인 경우, 현재는 본인부담금이 10만 원이지만 개정 후에는 7만 원으로 줄어든다. 동일한 급여 진료비를 기준으로 본인부담액이 30% 감소하는 셈이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로 대상 환자 1인당 연평균 의료비 본인부담액이 약 75만 원에서 53만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 약 22만 원의 부담이 감소하는 것이다. 다만 이는 전체 대상자를 기준으로 한 평균 추정치로, 실제 경감액은 환자의 질환과 치료 횟수, 급여 진료비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의료기관 이용이 잦거나 고가의 급여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 환자는 본인부담률 인하에 따른 절감액이 평균보다 클 수 있다.
반면 진료비에서 비급여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환자는 체감하는 의료비 경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이번 본인부담률 인하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비를 대상으로 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는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입원 중 식대에 적용되는 본인부담률도 현행 50%가 유지된다.
따라서 산정특례 대상 환자라고 하더라도 병원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이 일괄적으로 7%로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병원비에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 외에도 비급여 검사와 치료, 상급병실료 차액 등 다양한 비용이 포함될 수 있다. 환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금액은 진료 내역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또한 산정특례는 대상 질환과 등록 요건에 따라 적용된다. 희귀질환이나 중증난치질환을 진단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진료비에 동일한 특례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는 산정특례 등록 여부와 적용 기간, 해당 진료의 특례 적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희귀·중증난치질환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다른 중증질환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과정의 일부다.
정부가 제시한 최종 목표는 2028년 상반기 본인부담률을 5%까지 낮추는 것이다.
다만 2028년 추가 인하는 향후 추진 계획에 해당하며, 이번 입법예고만으로 5% 인하까지 법적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마친 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예정된 시행일은 2026년 12월 1일이다. 개정안이 해당 일정에 맞춰 시행되면 시행일 이후의 진료분부터 낮아진 본인부담률이 적용된다.
유주헌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이번 개정이 희귀·중증난치질환자의 본인부담을 다른 중증질환 수준으로 낮춰 가는 첫걸음이라며, 12월 1일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남은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건강보험 산정특례 대상 환자의 급여 진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기간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는 본인부담률의 작은 차이도 누적 의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희귀·중증난치질환자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의료비는 급여 진료비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비급여 치료와 간병, 장거리 진료에 따른 교통·숙박비 등은 이번 개정의 직접적인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가 12월 시행을 목표로 본인부담률 인하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향후 5%까지의 추가 인하 일정과 함께 산정특례로 해결되지 않는 비급여 및 돌봄 비용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가 남은 과제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