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대 만원 지하철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수많은 승객을 공포에 떨게 한 60대 남성이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개인적인 불만을 이유로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향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는 구속 상태에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손상희 부장검사)은 25일, 67세 원 모 씨를 살인미수, 현존전차방화치상,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원 씨는 지난 5월 31일 오전 8시 42분경, 김포공항행 5호선 열차가 여의나루역을 지나 마포역으로 향하던 터널 구간에서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객차 바닥에 쏟고 불을 붙인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원 씨의 범행으로 당시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160명이 생명의 위협을 받았으며, 이 중 6명이 화상과 연기 흡입 등으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으나, 다행히 승객들의 침착한 대처와 소방 당국의 신속한 진화로 더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수사 결과 원 씨는 이혼 소송 결과에 앙심을 품고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불만으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약 2주 전 주유소에서 미리 휘발유를 구입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은 원 씨에 대한 정신 감정과 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했으나, 사이코패스 성향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원 씨가 사물의 변별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하지 않은 상태에서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범행을 저질렀음을 시사한다.
검찰은 원 씨가 승객이 가득 찬 밀폐된 전동차 내부에서 휘발유를 이용해 불을 붙인 행위는 승객 전원을 살해하려는 미필적 고의가 명백하다고 판단,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사람이 현존하는 전차에 불을 질러 사람을 다치게 한 행위에 대해서도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를 추가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하철 등 대중교통 시설 내 보안 검색 강화와 위험 물질 반입 차단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이 더 이상 묻지마식 분노 범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