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의 시장 개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과 주요 농산물 가격을 보장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법안 처리를 주도한 가운데, 야당인 국민의힘은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라며 강력히 반발해 향후 정국 경색이 우려된다.
이날 농해수위 문턱을 넘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이 기준 가격을 벗어나 폭락하거나 폭등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거나 정부양곡을 판매하는 등 시장격리 조치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의 임의 규정을 강행 규정으로 바꿔, 쌀값의 급격한 변동으로부터 농가를 보호하고 식량 안보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설명이다.
함께 통과된 농안법 개정안은 쌀 이외의 주요 농산물에 대해서도 '가격안정제'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농산물 가격이 기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정부가 생산자에게 차액의 일부를 보전해 줌으로써 농가 경영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농해수위원들은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파동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지속가능한 농업 환경을 만들고 국민에게 안정적인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민생 법안"이라고 처리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사전적 수급 조절 정책과 병행하여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식량 자급률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법안 통과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직전 회의장에서 퇴장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과거 정부에서 재정 부담과 시장 왜곡을 이유로 거부권까지 행사했던 법안을 여당이 되자마자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성명서를 통해 "인위적인 시장 개입 의무화는 특정 품목의 과잉 생산을 유발해 결국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타 품목 농가와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농민단체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과거 야당 시절 추진했던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가격' 개념이 삭제되고 정부의 재량이 일부 확대됐다는 점을 들어 "농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개악"이라는 주장도 제기돼, 법안의 본회의 통과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집권여당의 주도로 핵심 농정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과 농업계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가 향후 정국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