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출제위원회는 초고난도 ‘킬러 문항’을 배제했다고 밝혔지만, 상위권 학생 간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준 높은 문항이 곳곳에 포함된 것으로 분석됐다.
13일 전국 84개 시험지구에서 일제히 실시된 2026학년도 수능은 국어·수학·영어 영역 모두 공교육 과정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변별력을 갖춘 문항 구성을 목표로 출제됐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시험이 전반적으로 ‘중상 난이도’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한 단계 어렵게 체감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창원 경인교육대학교 교수(출제위원장)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며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거나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이 유리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출제본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문항 중심의 출제를 원칙으로 삼았다. 김 위원장은 “기본 개념과 필수 학습 요소를 중심으로 학교 수업만으로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평가를 지향했다”고 강조했다.
영역별로는 국어의 ‘독서’ 영역이 높은 난이도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추상적 개념과 복합 지문이 결합된 형태의 문항이 많아 시간 관리가 까다로웠다는 의견이 많다. 수학은 전반적으로 평이했지만, 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한 사고력형 문항이 일부 출제돼 중하위권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높았다는 반응이다.
영어는 절대평가 체계 속에서도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비율이 약 4.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지난 9월 모의평가와 유사하거나 다소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간접 연계 방식의 문항이 다수 포함되면서 수험생의 어휘력과 독해 능력 차이에 따라 점수 편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수능이 “킬러 문항은 사라졌지만, 변별력은 유지된 시험”이라고 평가했다. 한 입시 관계자는 “전년도보다 전체 난이도가 소폭 상승했으나, 공교육 중심 출제 기조는 확실히 자리 잡았다”며 “상위권 학생은 세밀한 사고력과 응용력이, 중하위권은 시간 배분이 승부를 가를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수능의 채점 결과는 오는 12월 4일 각 수험생에게 통보된다. 교육 당국은 이후 표준점수와 등급별 통계를 공개하며, 대학별 정시 모집 일정은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