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국가전산망 마비 사태 수습을 총괄하던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이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투신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전산망 복구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복구 실무를 책임지던 공무원의 극단적 선택이 알려지면서 공직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정부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0분경,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건물 인근 바닥에 행안부 소속 공무원 A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 직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A씨는 출동한 구급대원에 의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A씨가 중앙동 15층 남측 테라스에 있는 흡연장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남겨둔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A씨는 행안부 디지털정부혁신실 소속으로,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 이후 구성된 전산망 장애 대응팀을 총괄해 온 핵심 실무 책임자였다. 그는 열흘 가까이 이어진 복구 작업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이후 행정안전부는 예정됐던 '정부 시스템 복구 현황' 관련 언론 브리핑을 전격 취소하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장관과 직원 일동은 이번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화재 사고의 원인을 수사 중인 대전경찰청은 "사망한 A씨는 현재까지 참고인 조사나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화재 사고 수사와는 무관한 인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복구 작업에 대한 책임감과 중압감이 비극적인 선택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