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의 유흥업소 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강제수사 시도가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수처가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사가 초기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최근 지 부장판사의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구체적인 기각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공수처는 지난 5월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이후 4개월간 관련자 조사를 이어왔으며,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해왔다. 특히 접대의 주체와 직무 관련성, 대가성 여부를 명확히 밝혀내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물증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었다.
이번 영장 기각은 공수처의 수사 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법원 감사위원회는 지 판사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한 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도 "공수처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며 최종적인 징계 결정을 보류한 바 있다. 공수처의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취지였으나, 그 수사 자체가 법원의 제동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 부장판사가 의혹이 제기된 직후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까지 새롭게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일반 국민이 수사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휴대전화를 교체했다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즉시 압수수색에 들어갈 사안"이라는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공수처는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한 뒤 조만간 보강 수사를 거쳐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법원이 같은 사안에 대해 영장을 발부할지는 미지수다. 사법부의 신뢰가 걸린 이번 사건에서 공수처가 강제수사의 벽을 넘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의혹만 남긴 채 수사가 장기화될지 중대한 기로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