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코스피가 장중 3,500선을 처음으로 돌파하며 한국 자본시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수출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과 외국인 투자자의 강력한 매수세가 맞물리면서 지수를 밀어 올렸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개장 초부터 강한 상승 동력을 보이며 오전 중 3,500선을 넘어섰고, 장중 한때 3,526.97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역사적인 상승 랠리의 중심에는 단연 반도체 업종이 있었다.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라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기술주가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여기에 정부의 증시 부양 및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바이 코리아"를 외치며 순매수 기조를 이어간 것이 결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9월 한 달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수조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글로벌 경제 환경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시사되고,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난 점이 외국인 자금 유입을 가속화했다. 과거 부동산 시장에 쏠렸던 시중 유동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 현상이 본격화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축포를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단기간에 지수가 급등한 만큼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이 언제든 출회할 수 있으며, 여전히 상존하는 글로벌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3,500 시대의 개막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확대와 자본시장 선진화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이번 기록 경신이 단순한 숫자상의 변화를 넘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