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를 초래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당시, 최초 119 신고부터 "리튬배터리 화재"가 명확히 보고됐으며 "자체 진화가 불가능하다"는 다급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해 전문 소화 장비를 사용한 뒤에도 배터리가 재발화한 사실까지 드러나, 이번 화재가 초기부터 통제가 매우 어려운 재난이었음이 확인됐다.
대전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 녹취록에 따르면, 최초 신고는 지난 26일 오후 8시 20분경 접수됐다. 5층 전산실에서 불이 난 지 불과 5분 만이었다. 신고자는 "5층에 리튬배터리 화재가 발생했다"고 정확히 알렸고, "불은 끄기 어렵냐"는 119 요원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예, 못 꺼요"라고 답해 초기 진화에 실패했음을 시사했다. 35초 뒤 이어진 추가 신고에서도 "빨리 좀 부탁드린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함께 공개된 화재상황보고서는 소방 당국의 대응 역시 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신고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오후 8시 31분경 화재가 발생한 전산실에 진입했지만, 불길이 거셌던 탓에 내부에 있던 58V 리튬이온배터리 192개의 존재를 확인한 것은 한참 뒤인 오후 9시 44분경이었다.
특히 이번에 처음 확인된 사실은 배터리 재발화 현상이다. 소방대원들은 오후 10시 25분경 가스계 소화약제인 할론소화기를 사용해 진압에 나섰으나, 불과 7분 뒤 배터리에서 다시 불길이 치솟았던 것으로 기록됐다. 이는 한번 불이 붙으면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완전한 진화가 극히 어려운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번 기록 공개로, 관리원의 화재 대비 시스템이 대규모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수한 위험성까지 고려해 설계되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