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마저 보호무역주의의 빗장을 더욱 단단히 걸어 잠갔다. EU가 연간 수입 할당량(쿼터)을 초과하는 철강 제품에 대해 기존의 두 배에 달하는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EU를 최대 수출 시장으로 둔 국내 철강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EU 집행위원회는 현지시간 7일, 역내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한 고강도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현재 25%인 관세율을 50%로 대폭 인상하는 것이다. 또한, 무관세로 수입되던 연간 쿼터 총량 역시 지난해보다 대폭 축소된 1천830만 톤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수입 철강 제품의 유럽 시장 진입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강력한 장벽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부터 유럽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해야 할 때"라며 "이번 조치는 유럽 철강업체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한 모든 제3국에 적용되며,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 역시 예외 없이 대상에 포함되었다. EU는 향후 개별 국가와 협상을 통해 국가별 쿼터를 배정할 방침이지만, 전체 파이가 줄어든 만큼 국내 업계가 받을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EU는 지난해 기준 약 44억 8천만 달러(약 6조 원) 규모의 한국산 철강을 수입한 최대 수출 시장이다. 이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모든 수입산 철강에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대미 수출길이 위축된 상황에서,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유럽 시장마저 빗장을 걸면서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이라는 두 거대 시장이 동시에 높은 관세 장벽을 쌓으면서 수출 전략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며 "정부 차원에서 EU와의 쿼터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U의 새로운 관세 조치는 유럽의회와 이사회 협의 등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즉시 시행될 예정이어서, 정부와 업계의 발 빠른 대응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