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 범죄가 끊이지 않는 캄보디아에서 여행을 떠난 40대 직장인 남성이 일주일째 연락이 두절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단순 연락 두절을 넘어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가족들은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주에 거주하는 42세 이 모 씨는 지난달 24일, 5박 6일 일정으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여행 3일째인 26일 이후 이 씨와의 모든 연락이 갑자기 끊겼다. 가족들이 수십 차례 소셜미디어(SNS)와 메신저로 연락을 시도하고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응답 없이 신호만 갈 뿐이었다.
이 씨의 휴대전화 위치(GPS)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곳은 프놈펜의 한 호텔이었으나, 가족이 고용한 현지 가이드가 확인한 결과 이 씨는 해당 호텔에 투숙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들의 생사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 가족들의 애는 타들어 가고 있다. 이 씨의 어머니는 "캄보디아로 여행을 가도 납치를 해간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생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니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가족의 불안감은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강력 범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이 감금됐다는 신고는 250건 이상 접수됐으며, 실제 취업 사기를 미끼로 유인해 감금하고 고문하거나 심지어 살해하는 사건까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 이 씨의 신변 안전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현지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위험성을 감안해 지난달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여행 자제'에 해당하는 황색경보(2단계)를, 남서부 시아누크빌 등지에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고 해당 지역 방문을 최대한 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