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마비됐던 정부 행정 정보 시스템의 복구율이 50%를 넘어섰다. 정부는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핵심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복구하며 사태 발생 24일 만에 비상 대응 단계를 지나 "점진적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절반에 가까운 시스템이 여전히 복구되지 않았고, 완전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국민 불편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윤호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오늘 오전 9시 기준 전체 709개 시스템 중 373개가 복구돼 52.6%의 복구율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 체감도가 높은 1등급 핵심 시스템의 복구율은 77.5%, 2등급 시스템은 64.7%에 달해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주를 기점으로 주요 공공 서비스가 속속 정상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장기조직혈액종합관리시스템"이 복구되면서 장기 이식 대기 환자들의 수술 일정과 혈액 공급 관리가 가능해졌고, 소방청의 "구조·생활안전활동정보시스템" 역시 복구돼 긴급 구조 및 재난 현장 대응 체계가 정상화됐다. 또한, 오는 21일부터는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이 복구 완료돼 온라인을 통한 화장장 예약 신청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이번 사태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무정전전원장치(UPS)실의 노후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하며 시작됐다. 화재로 인해 "정부24"를 포함한 96개 이상의 정부 온라인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디지털 정부"의 심장부가 멈춰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2023년 행정망 마비 사태 이후 재난 복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백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또다시 대규모 혼란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단일 데이터센터에 국가 핵심 기능을 집중시킨 구조적 취약성과 미흡한 재난 대비 시스템이 이번 참사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16일, 전체 시스템의 45.7%가 복구되었을 당시 10월 말까지 복구를 완료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했으나, 일부 언론에서는 완전 복구 목표 시점이 11월 20일로 한 달가량 늦춰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비록 복구율이 절반을 넘어섰지만, 남은 시스템 대부분이 복구가 까다로운 저등급 시스템이거나 화재 피해를 직접 본 5층 서버에 해당해 완전 정상화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고된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데이터센터의 이중화 및 분산 체계를 강화하고, 재난 복구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