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2일 오전, 또다시 동해상을 향해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5개월간의 비교적 잠잠했던 국면을 스스로 깼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포착했으며, 우리 군은 미사일의 구체적인 방향과 비행거리, 고도 등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이번 도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정확히 일주일 앞둔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한미 양국을 동시에 겨냥한 고도의 계산된 무력시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5월 8일 원산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 발을 발사한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또한, 올해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이후로는 세 번째 공식 도발로 기록됐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도발 의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배경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1기 행정부 시절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협상을 경험했던 북한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탐색전을 벌이며 이렇다 할 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의 최고위급 인사가 한국을 찾는 시점을 노려 의도적인 군사적 긴장을 조성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향후 재개될 수 있는 협상에서 "힘의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한미 연합훈련이나 미국 고위급 인사의 순방 등 주요 정치적 이벤트를 전후로 도발을 감행해왔다. 이번 발사 역시 한미 정상이 만나 논의할 대북 정책의 수위를 사전에 시험하고, 한미 동맹의 대응 태세를 떠보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특히 지난 5월 발사가 단거리 미사일에 그쳤던 것에 반해, 이번 발사가 중거리급 이상의 성능을 과시하는 것일 경우, 이는 미국 본토를 향한 압박의 수위를 한 단계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어 군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소집을 검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적이고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5개월 만에 재개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기점으로 한반도 정세는 다시 한번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