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증시가 연일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24일 코스피 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며 장중 3905.26포인트를 터치, 전날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꿈의 4000선' 고지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이러한 랠리는 간밤 미국 증시가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최고치를 경신한 데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국내 증시를 강력하게 견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랠리의 주역은 단연 반도체 업종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 기대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50만 원 선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기록했고, '10만 전자'를 넘어선 삼성전자 역시 외국계 매수세가 집중되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반도체에서 시작된 훈풍은 2차전지, 바이오 등 여타 성장주로 확산하며 견조한 시장 체력을 입증하고 있다.
글로벌 거시 환경 역시 우호적이다. 간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호실적에 힘입어 동반 상승 마감했다.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둔화세를 확인하고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선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 코리아" 행진도 지수 상승의 핵심 동력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 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하며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점차 성과를 내면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으로 분류됐던 금융, 자동차, 지주사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된 점이 외국인 자금 유입의 매력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4000선 돌파가 단순한 구호가 아닌 현실적인 목표치가 되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실적 개선세가 꺾이지 않는 한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단기간에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차익 실현 매물에 따른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어 시장의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