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해병 순직 사건" 수사의 정점을 향하던 특별검사팀의 발걸음에 급제동이 걸렸다. 특검의 명운을 걸고 청구했던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오늘(24일) 새벽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를 비롯해 국방부와 대통령실의 '윗선'으로 지목된 이들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를 막기 위해 해병대 수사단의 기록을 불법적으로 회수하도록 지시했으며,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등이 이에 공모했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이들이 사건 기록을 회수한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된다고 보면서도, 이러한 행위가 직권남용 등의 범죄로 성립하는지에 대해서는 "법리적인 측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혐의 소명 자체가 부족하다기보다는, 이들의 행위를 범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수사 외압'의 윗선을 향한 칼날이 무뎌진 것과 달리, 채 해병 사망의 직접적인 책임을 묻는 수사에서는 유일하게 성과가 나왔다. 법원은 무리한 수중 수색을 지시해 채 해병을 순직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임 전 사단장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이 최근 "잊었던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기억났다"며 뒤늦게 비밀번호를 제출하는 등 수사 방해로 의심될 만한 행위를 한 점이 구속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특검의 '투 트랙' 수사는 채 해병 사망 책임자에 대한 신병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의혹의 본류인 수사 외압 규명에는 제동이 걸리는 엇갈린 성적표를 받게 됐다. 핵심 인물들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됨에 따라, 소환 조사를 앞둔 윤석열 전 대통령 수사에 미칠 파장도 불가피해졌다. 특검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재판을 비롯한 남은 절차에서 유죄를 입증하고 윤 전 대통령 수사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