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내년도 지방채 발행 규모를 4820억 원으로 확정하면서 재정 건전성과 절차적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법정 한도액인 3840억 원을 980억 원이나 초과하는 수치이며 지난해보다도 약 1000억 원 증가한 액수다.
제주도는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과 도로 등 주민 생활 기반시설을 우선순위에 뒀다"고 이번 발행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29일 열린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는 막대한 채무 증가 속도와 지방채 발행의 절차적 적정성을 두고 의원들의 집중 질의가 이어졌다.
가장 큰 쟁점은 급증하는 부채에 대한 관리 능력이다. 더불어민주당 김경미 도의원은 "지방채 규모가 내년이면 1조 6000억 원을 넘어 2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도민이 재정의 한계를 인식하고 함께 지출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하성용 도의원 역시 "적절한 채무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현행 5년 단위의 채무 관리 계획을 넘어 "앞으로 10년 이상의 채무 관리 계획이 필요하다"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방채 발행 사업 선정 과정과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이남근 도의원은 지방채 발행이 제한되는 40억 원 미만 사업이 이번 계획에 포함된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남원리의 두 개 도로 개설사업과 39억 원 상당의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을 구체적인 사례로 언급하며 "발행이 제한되는 금액의 사업이 포함된 것은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호형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또한 "지방채 발행의 취지와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발행 과정에서는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총 146건에 달하는 지방채 발행 사업들이 각각 "중기지방재정계획"과 "지방재정투자심사"를 모두 통과했는지, 혹은 미이행된 사례가 없는지 철저한 확인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양기철 제주자치도 기획조정실장은 40억 미만 사업 포함 논란에 대해 "지방채 발행 요건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절차 이행 여부에 대해서는 "최대한 파악했지만 일부 절차가 미이행된 부분이 있을 수 있어 들여다보겠다"고 답변해 일부 절차적 하자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행 "지방재정법" 제11조는 한도액을 초과하는 지방채 발행 시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의 경우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2126조의 규정에 따라, 도의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행안부 승인 없이도 한도액을 초과하여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법정 한도를 넘긴 사상 최대 규모의 지방채 발행안이 제주도의 설명대로 민생 안정을 위해 집행될 수 있을지는 결국 도의회의 최종 결정에 달리게 되었다. 특례 조항에 따른 3분의 2 찬성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기 위해 제주도가 의회와 도민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